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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코로나發 금리 리스크 1조 '떳떳한 상처'


입력 2022.09.14 06:00 수정 2022.09.13 10:2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2년 반 만에 두 배 넘게 급증

中企 지원 최전선 역할 방증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에 잠재된 금리 리스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1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국내 은행권 중 최대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 관리에 불리한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후 몰려든 기업대출 수요를 대거 품은데 따른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는 기업은행이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는 국책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는 방증이기도 한 만큼, 이제라도 상처가 곪지 않도록 연착륙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의 금리부 자본변동(이하 금리 EVE)은 총 6조4252억원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보다 71.8%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2조6853억원 증가했다.


금리 EVE는 금리 변동으로 은행의 자본에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예상 위험을 수치화 한 지표다. 금리의 ▲평행상승 ▲평행하락 ▲단기하락·장기상승 ▲단기상승·장기하락 ▲단기상승 ▲단기하락 등 여섯 가지 금리 충격 시나리오에 따른 리스크를 계산한 뒤, 이 중 은행 자본에 제일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 케이스를 최종 결과로 삼는다.


은행별 흐름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기업은행이었다. 기업은행의 금리 EVE는 1조751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38.9%(1조185억원) 급증하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대를 기록했다. 증가율과 증가액도 모두 6대 은행 가운데 최대였다.


이어 하나은행 역시 1조3264억원으로, 농협은행은 1조1963억원으로 각각 103.4%와 19.4%씩 해당 금액이 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은행들의 금리 EVE는 ▲국민은행 8622억원 ▲우리은행 7654억원 ▲신한은행 5232억원 등 순이었다.


국내 6대 은행 금리 위험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기업은행의 금리 리스크가 이처럼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유독 빠르게 몸집을 불린 배경에는 기관의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은행의 금리 EVE는 가계에 비해 만기가 짧은 기업여신 위주로 대출 자산 포트폴리오가 구성될수록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그런데 기업은행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의 핵심을 맡게 되면서, 금리 EVE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기업여신은 올해 상반기 말 236조9075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30.5%(55조3756억원) 늘며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200조원을 넘어섰다. 기업은행의 대출 영업 규모가 아직 6대 은행 중 가장 작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수치다.


특히 전체 여신의 분포를 보면 기업은행이 기업대출에 얼마나 더 치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기업은행의 총 여신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6월 말 기준 84.3%로, 5대 은행 평균(54.6%)을 30%포인트 가까이 웃돌았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기업은행의 금리 리스크 심화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의 경제 활동 지원을 위해 설립된 기업은행의 목적 상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에 누구보다 적극 나설 수밖에 없었던 데 따른 부작용이란 해석이다.


그나마 정부가 대출 상환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해 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는 등 채무조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점은 기업은행의 재무 관리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금리 EVE의 불확실성을 키운 핵심 요인이 기업대출의 짧은 만기였던 만큼, 이 같은 채무조정은 반대로 호재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과 대출의 평균 만기 차이가 커질수록 금리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며 "기업대출의 짧은 만기가 연장되면 은행의 금리 EVE 변동성에는 완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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