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수출입 6개월 연속 적자
장기 전망 어두워 투자·성장 둔화
“금융시장 안정, 수출경쟁력 제고”
‘킹 달러’ 상황이 무역수지와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수출입 적자가 커져 13년 이어온 연간 무역 흑자가 종식될 것이 확실시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또한 하락이 불가피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4월 이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달 들어서도 이런 상황은 계속돼 지난 20일까지 무역 수지(통관 기준 잠정치)는 41억 달러 적자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292억 달러로 6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예상된다. 6개월 이상 연속 적자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 상황도 예전만 못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329억5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 줄었다. 추석 연휴 등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영향도 있지만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대(對) 중국 수출이 연속 감소한 영향이 크다. 대 중국 수출은 이달 들어서도 14.0% 줄었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면서 당분간 무역 수지 적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6일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수출 둔화와 수입 증가에 따라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을 찾아도 중·장기 전망은 어둡다. 한국은행은 “무역수지가 흑자 기조로 복귀하더라도 해외 생산 확대, 중간재 수입의존도 심화 등 국내 수출입 구조 변화뿐만 아니라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및 자급률 제고 등의 영향으로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전경련이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무역수지 및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연간 무역 적자는 281억7000만 달러로 예측됐다.
무역수지 악화는 약세를 보이는 원화 가치를 추가로 떨어뜨린다. 이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무역적자 규모를 늘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대외 건전성 지표 가운데 하나인 경상수지 적자마저 우려된다.
경제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중국, 인도내시아를 포함한 35개국을 대상으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전(前) 분기 대비 0.7% 느는 데 그쳤다.
2분기 성장률은 35개국 가운데 20위 수준으로 1분기(18위)와 비교하면 두 계단 떨어졌다. 이러한 성장 둔화는 하반기 갈수록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
한은은 지난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상반기까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이 점차 둔화하는 모습”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오른 기준금리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올해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한은은 “그동안 쌓인 부채와 높아진 자산 가격이 통화정책 긴축의 영향을 확대할 소지가 있고, 저소득·과다 차입 가계를 중심으로 소비 제약 효과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런 경제 상황에 대해 애써 말을 아끼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6%를 유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추 부총리는 무역 적자 상황 개선 시점에 대해 “현재 무역 관련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잘 아실 것”이라며 “정확하게 시기를 예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중국 봉쇄령도 있고 대외여건 등 봐야한다”고 말했다.
경제가 안팎으로 어려워지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외 자원 개발과 무역금융 확대 등 실질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무역수지를 관리하는 것은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물류애로 해소 등 공급망 안정에 노력하는 한편, 무역금융 확대, 연구개발(R&D) 세제지원 강화, 규제 개선, 신성장동력 확보 지원 등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한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