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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이냐, 여론이냐"…복잡해지는 '국민의힘 당권' 셈법


입력 2022.10.12 14:40 수정 2022.10.12 15:42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전당대회 앞두고 '당심-여론 비중 조정' 목소리 등장

김기현·나경원 "역선택 방지 위해 여론 비중 낮춰야"

안철수·유승민은 '여론 투표 높을 수록 유리' 관측

당 안팎선 '당원 투표' 비중 높여야 한단 의견 등장

국민의힘 안철수(왼쪽) 의원과 김기현 의원(오른쪽)이 지난 7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 24 새로운 미래 두번째 모임인 '경제위기 인본 혁신생태계로 극복하자!'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결정할 전당대회가 본격화되면서 당내에서 '룰'에 대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당권 주자를 향한 '역선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존 7대3의 비율로 반영되던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향후 전대 룰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각 당권 주자 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룰과 관련한 여론 선점을 위한 당 안팎의 물밑 움직임도 벌써부터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원론적 입장에서 보면 이것(전대)이 당의 대표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당원들의 의사가 확실히 반영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당장 지금 여러 언론에 보도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역선택 때문에 논란들이 되고 있지 않나. (우리) 당원들의 의사가 확실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명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역선택' 가능성을 제기한 건 최근 발표된 당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다. 넥스트위크리서치가 KBC광주방송·UPI뉴스 의뢰로 이달 4~5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유 전 의원은 29.7%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를 기록한 나경원 전 의원은 12.2%로, 유 전 의원과 17.5%p 격차다. 이준석 전 대표(12.1%), 안철수 의원(9.8%), 김기현 의원(4.9%) 등이 뒤를 이었다. 유 전 의원은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8월 3주차 조사 이후 7주 연속 선두를 유지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속해서 해당 여론조사 결과에 역선택 표가 일부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도 "민주당 당원이 우리 당 대표를 뽑는다면 좀 황당한 것"이라며 "민주당에서는 가장 취약한 후보, 가장 만만한 후보를 대표로 만들어 놓아야 자기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니까 거꾸로 민주당의 지지를 많이 받는다는 것은 우리 당 대표로서의 자격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최근 여론조사 내 역선택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국민의힘 당원'을 대상으로 한 당대표 선호도 조사가 일반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넥스트위크리서치의 같은 조사 결과 보수 성향지지자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지지도를 얻은 건 나 전 의원(22.9%)이었다. 이외 유 전 의원(17.3%) 안 의원(13.6%) 이준석 전 대표(13.5%) 김기현 의원(7.6%) 등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에 나경원 전 의원도 지난 11일 KBS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제가 1등이다.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1등"이라며 "작년 당 대표 선거 때 역선택 방지 조항을 뒀기 때문에 이번에 거기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것 자체가 좀 맞지 않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과 나 전 의원이 주장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은 당원투표 비중을 더 많이 반영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1년 당대표 선거 당시부터 지금까지 당원투표 비중을 70%, 일반 국민여론 비중을 30% 반영하는 룰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나 전 대표는 지난 전대에서 40.93%로 37.41%에 그친 이 전 대표보다 높은 당원 투표 비중을 기록했지만, 여론조사에서 28.27%로 이 전 대표의 58.76%에 뒤져 당권 확보에 실패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왼쪽)과 유승민 전 의원(오른쪽)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사진취재단

당 안팎에선 이처럼 여론조사가 반영 비중이 커질 경우 안 의원, 유 전 의원 등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없어 얼마나 많은 여론이 두 후보에게 쏠릴지는 모르겠지만 두 후보 모두 당내 기반이 취약한 만큼 당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여론조사 비중이 늘어나면 지난 전대처럼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당내 눈길은 전대 룰을 결정할 키를 쥔 비상대책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비대위도 이와 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고, 성공적인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준비과정에서 이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선 당심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MBC 라디오에서 "마치 당이 망가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중도확장이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면서 그동안 당의 혼란을 가중시켰는데 이번에 당대표를 선출할 때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비대위가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대표를 뽑는데 여론조사를 반영한다는 건 당비를 내는 당원들 차원에선 표의 등가성이 훼손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 정당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 제도"라며 "이번 전대에서 당원 비중이 낮게는 80% 높게는 100%까지 반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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