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률 80% 턱걸이…5년 새 9%P↓
경제 변화에도 신청 기준 '요지부동'
서금원 "핀테크 연계로 조회 늘어"
금융 취약계층 대출 상품인 햇살론을 신청한 직장인 5명 중 1명은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금원은 자격 조건에 맞지 않는 이들을 걸러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서민들이 늘어난 와중 대출 승인율이 도리어 떨어지는 현실은 정책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금원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근로자햇살론의 대출 승인율(지원건수/신청건수)은 80.4%로 5년 전인 2017년보다 9.0%포인트(p) 하락했다.
근로자햇살론은 신용등급이나 소득이 낮아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서민금융 상품이다. 서금원이 보증을 지원해 농협 등 상호금융기관에서 10.5% 미만 금리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근로자햇살론 승인율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부터 하락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89.4% ▲2018년 91.7% ▲2019년 91.7% ▲2020년 86.9% ▲2021년 82.5%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80%를 겨우 넘는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는 코로나19 등으로 경제 상황이 나빠진 서민들이 근로자햇살론을 두드린 이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실제 지원 규모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들어 7월까지 근로자햇살론 신청 건수는 24만2745건으로 2017년 1~7월보다 41.8%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근로자햇살론 지원을 받은 건수는 19만5231건으로 26.4% 늘어나는데 그쳤다.
연도별로 보면 햇살론 신청은 ▲2017년 28만1708건 ▲2018년 27만6625건 ▲2019년 31만9079건 ▲2020년 36만4752건 ▲2021년 40만9444건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반면 지원이 이뤄진 건수는 ▲2017년 25만1713건 ▲2018년 25만3662건 ▲2019년 29만2672건 ▲2020년 31만6810건 ▲2021년 33만7797건으로 비교적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서금원 관계자는 "2020년부터 핀테크 대출비교 연계가 활성화되면서 조회 신청 건수가 늘었고 신용점수를 초과하는 등 자격조건이 되지 않는 이들도 신청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승인율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근로자햇살론 조건이 물가와 최저임금 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해 취약계층을 제대로 품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금원은 근로자햇살론 지원 대상을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20%에 해당하면서 연 소득 4500만원 이하'인 이들로 정해놨는데, 이 조건은 2017년 1월 이후 5년간 바뀌지 않았다.
올해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5년 동안 41.6% 올랐다. 지난달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5.6% 올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복잡해진 취약계층의 상황을 단순한 기준으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의원은 "서민금융 상품마저 이용이 어려울 경우 대출취약계층은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같은 소득 수준이라도 개개인이 처한 경제적 여건은 다를 수 있으므로, 서민금융 상품의 공급 목표와 대출 기준 등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