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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은 줄고 원유가 인상압박까지”…유업계 끝모를 한파


입력 2022.10.21 07:16 수정 2022.10.21 07:16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푸르밀, 우유산업 저성장에 철수 결정

저출산 등 업계 둘러싼 환경 ‘최악’

2026년 이후 '제2 푸르밀 사태' 우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유업계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크다. 남양유업 매각 실패에 이어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돌연 사업종료, 전 직원 해고 의사를 밝히면서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외부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어려운 시기 불안한 마음으로 4분기를 맞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2021년도 푸르밀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푸르밀의 자본총계는 143억원에 불과해 완전 자본잠식을 앞둔 수준이다. 푸르밀은 업황 부진을 사업 실패의 요인으로 보고 있다.


가뜩이나 좋지 않던 업계 분위기는 45년 업력 푸르밀이 무너지면서 더 침울해지고 있다. 유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줄줄이 적자 전환을 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업계의 올해 3분기 실적 역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이 겹친 데다 주력 판매 제품인 우유 가격을 올리지 못한 영향 때문이다. 원재료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우유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서 다시 한 번 타격을 입고 있다.


최근 유업계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우유를 기반으로 한 고수익 제품 출시 및 케어푸드 시장 진출, 건강기능식품, 영양균형식 사업 등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미래를 견고히 다질만큼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남양유업의 경우 오너일가의 법정 다툼으로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다. 불가리스 사태’로 촉발된 남양유업 매각 작업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홍원식 회장이 내세운 마지막 카드마저 사라지면서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의 길도 요원해진 모습이다.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에서 모두 승소하면서 연합을 형성했던 대유 역시 홍 회장과의 결별을 선택했고, 홍 회장이 대유와도 척을 지면서 현재 소송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남양 소속 직원들의 초조함을 키우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업체들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저출산 기조와 함께 수요 감소 등이 계속 이어지면서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1997년 31.5㎏로 정점을 찍었다가 20여 년이 지난 지난해엔 26.6㎏로 4.9㎏ 줄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026년에는 더욱 큰 위기가 유업계에 찾아올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유제품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면서 ‘제 2의 푸르밀’이 나올 수 있다는 고민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유업계 몰락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경북 대표 유업체 영남우유가 높은 원유가와 소비 부진에 따른 재고 급증으로 폐업을 결정한 바 있는데, 푸르밀을 기점으로 도미노 폐업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우유 제품은 저출산 및 대체식품 증가 등으로 전체 시장이 감소하기도 했고, 원유를 비롯한 원부자재 급등 등 영업이익이 현재 너무 낮다”며 “여기에 2026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외산 제품들이 넘어오기 시작하면 국내 우유 제품들의 경쟁력은 더욱 열악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에 많은 유업체들이 단백질, 건기식, 성인식, 외식 사업 등 다각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찾는데 몰두하는 중이지만 한계가 크다”면서 “사업 다각화를 한다고 해도 기존 메인으로 가져갔던 유제품 시장의 감소 폭을 한 순간에 다른 사업들로 메우는게 쉽지 않은 데다, 보관상의 어려움 등 타 식품업계 대비 약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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