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에 막대한 재정적 후원 약속한 카타르에 개최권 내줘
1960년 홈에서 열린 2회 대회 우승 이후 반세기 넘게 우승 실패
2023년 카타르 이어 2027년 대회도 사우디 개최 유력해 우승길 험난
우리나라가 또 다시 아시안컵 유치에 실패하면서 한국 축구의 외교력이 또 한 번 민낯을 드러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7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회 결과 2023 아시안컵 개최지가 카타르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2023년 아시안컵은 당초 중국에서 열리기로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중국이 지난 5월 개최권을 반납해 개최지를 새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유치 도전에 나섰다. 아시안컵 홈 개최권을 따내는 것은 한국 축구에 상당히 중요했다. 매번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지만 정작 아시안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1960년 홈에서 열린 2회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2002년 4강, 2010년 16강 진출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지만 정작 아시안컵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1960년 이후 원정서 열리는 아시안컵에만 출전한 한국은 상대 텃세와 낯선 환경 적응에 실패하면서 번번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아시안컵의 최대 메리트는 월드컵 직전에 열리는 대륙간 챔피언 대결인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 자격이었다. 월드컵 개막 1년 전에 개최국에서 열리던 컨페더레이션스컵이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됐지만 아시안컵 우승은 월드컵 직전에 공짜로 세계 강호들과 평가전을 치르며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안겨줬다.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은 사라졌지만 한국은 이번 홈 개최로 ‘아시아 최강’ 타이틀을 되찾고자 했다.
하지만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가 풍부한 재정과 인적, 물적 기반을 앞세우며 유치에 뛰어들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축구협회는 카타르가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AFC에 자국 기업의 스폰서 추가 참여, 자국 방송사의 대규모 중계권 계약, 아시안컵 대회 운영비용 지원 등 막대한 재정 후원을 약속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외교전의 패배라 봐도 무방하다.
아시안컵 개최권을 결정하는 AFC 집행위원 중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몽규 회장이 집행위원회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정 회장은 3년 전 AFC 부회장직 선거에서 낙선하면서 이미 아시아에서는 영향력을 잃었고, 그 여파가 이번 개최 실패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여러모로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국은 2011년 카타르에서 열렸던 아시안컵에서 박지성과 이영표가 모두 나섰지만 3위에 그쳤다.
한국 축구는 물론 아시아 역사에서 100년 이상 나오기 힘든 손흥민이 있지만 2023 아시안컵은 2024년 1월 개최가 유력하다. 이 때면 손흥민은 한국 나이로 33살이다. 사실상 그의 마지막 아시안컵에서 정상에 서지 못한다면 한동안 한국 축구는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7년 아시안컵 개최지도 중동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해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 길은 험난하다. 애석하게도 이제 외교력 없이는 아시안컵 우승도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