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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융당국, 상호금융 자산건전성 기준 손질한다


입력 2022.11.01 10:19 수정 2022.11.01 11:1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연내 新자산건전성 분류 기준 마련

'이미 8조' 부실채권 더 늘어날 듯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 ⓒ데일리안

금융당국이 농협과 신협, 수협 등 상호금융권에 대한 자산건전성 가이드라인을 손질한다. 지역 상호금융 조합들 사이에서는 보다 까다로운 자산 분류 기준이 적용되는 것 아니냐며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어디까지나 원칙을 명확히 하는 차원이라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미 8조원을 넘어선 상호금융권의 부실채권이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중으로 '상호금융 자산건전성 분류 해설(이하 해설서)' 개정판을 완성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작업이 이뤄질 경우 이르면 내년부터 해설서 방침이 현장에 본격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해설서는 상호금융 조합이 우량·비우량 자산을 분류할 때 쓰는 가이드라인이다. 2018년 12월에 처음 발간된 후 4년째 같은 기준이 적용돼 왔다.


상호금융 조합은 이 해설서에 정해진 방식에 따라 고정이하여신을 구분해 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 중 일정 기간 이상 연체된 사례 등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잣대로 쓰인다.


상호금융권에서는 해설서가 개정되면 부실채권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란 염려가 나온다. 현재까지 정상 채권으로 분류된 자산 중 상당 부분이 고정이하여신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노파심이다.


반면 금감원 관계자는 "해설서 개정은 어디까지나 기존에 적용돼 온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차원으로, 전에 없던 강화된 방침이 시행되는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새로운 해설서에 관심이 쏠리는 건 상호금융 조합들의 부실채권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농협·신협·수협 소속 전국 2081개 상호금융 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총 8조139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4%(9640억원) 늘었다.


상호금융 조합 고정이하여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안 그래도 상호금융권은 대출 건전성 이슈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지난 정부의 역점 정책이었던 태양광 사업을 두고 부실 논란이 이는 가운데, 상호금융권이 적극 여신을 공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이런 와중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 강화로 고정이하자산이 더 늘어나면 상호금융 조합을 둘러싼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 등 유관기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산림조합 등 5개 상호금융업권의 태양광 대출 규모는 6조97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감원이 파악한 14개 은행이 태양광 사업자들에 내준 대출 5조6110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태양광 발전 활성화 사업 운영 실태가 쟁점으로 급부상한 상황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곳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표본 점검을 벌인 결과, 위법·부당사례 2267건(2616억원 규모)을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 단위로 독립 운영되는 상호금융 조합의 특성 상 일거에 고정이하여신이 많이 늘어나게 되면 곧바로 부실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보다 보수적이고 선제적인 자산건전성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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