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부동산PF 10조8000억원
非 아파트 물량 84.5%…부실↑
균열은 가장 약한 곳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큰 그릇도 그 작은 균열에 깨지는 법이다. 우리가 취약계층을 보호하려는 이유다. 금융시장의 외연이자 최전선에 자리한 저축은행업계에서 위기론이 흘러나온다. 팬데믹 이후 급변하고 있는 모든 여건이 저축은행을 고난에 빠뜨리고 있다. 제2금융권의 일이라 치부하기엔 금융시장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리고 저축은행은 서민과 가장 가까운 금융사다. 그들의 불안이 곧 우리의 일이기도 한 이유다. 금융위기란 단어가 맴도는 가운데 고군분투하고 있는 저축은행의 현주소를 점검해본다.<편집자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던 저축은행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금리 인상기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와 레고랜드 발(發) 악재까지 겹치면서 제2의 저축은행 사태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어서다.
저축은행업계는 부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고객들은 고금리 예금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저축은행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가도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주저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당장의 부실 가능성은 낮아도 향후 시장 악화로 건전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79개 전체 저축은행 부동산PF 규모는 10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말 3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년 만에 약 7조원 이상이 불어난 것이다. 이중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부동산PF는 총 2조80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08억원(4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 부동산PF는 전체로 보면 규모는 작지만 평균 연체율이 1.8%를 기록하는 등 보험사(0.33%)에 비해 높은 상황이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PF를 꾸준히 늘린 이유는 수익성 확보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사태 이후 연쇄 부실 재발 방지를 위해 부동산 PF 대출을 신용공여한도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등 관련 규제를 적용해 왔지만 먹히지 않았다.
부동산PF는 미래에 지어질 건물(담보물)과 그 건물을 분양 또는 임대해 발생하는 미래현금(상환능력)을 기반으로 실행하는 대출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그동안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영역으로 꼽혔다. 대출금이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데다 이자도 연 10%를 웃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는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 부동산PF 사업을 담당하는 건설사 중 87.5%가 신용 등급이 투기 등급이거나 신용도가 낮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기업평가가 저축은행 요주의PF 대출 부실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13개 저축은행의 PF 사업장 중 공정률·분양률 저조 등으로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 224곳 사업장의 부실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작년 말 기준 1.2%인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최대 16.1%까지 뛰어오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축은행 PF대출이 주택 및 상가 등 비(非) 아파트 PF대출 물량이 84.5%로 높은 상황인 점도 문제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부실 가능성도 크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은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낮아 시공사 신용보강 기능이 약한 편”이라며 “PF부실이 발생하면 영세사업장이 많고 담보가치의 안정성도 떨어지는 일부 비은행기관의 복원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다만 업계는 아직 부실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지속 악화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건설비 증가에 따른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후분양 사업장의 경우 사업성 평가 시 분양률 요건이 제외되기 때문에 선순위 사업장 보다 요주의로 과소 분류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상으로 분류된 부동산PF 대출 중에서 고위험 대출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속 타는 저축은행④]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