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비자 물가 5.7% 상승 파장
물가 끌어올릴 요인 곳곳 산재
소비도 둔화시켜 경기회복 제약
기업 마케팅 축소…손해로 직결
경제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전히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내수시장 마저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의 펀더멘탈(경제기초)도 급격히 악화되도 있다. 수출 부진 속 경기 회복세를 간신히 이끌어낸 소비마저 불안한 조짐이라 기업들의 우려가 더욱 크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전년동월대비 5.7%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7월 6.3%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은 뒤 8월 5.7%, 9월 5.6%로 둔화하다가 석 달 만에 오름세를 재개했다.
고물가는 우리 경제 성장 동력 중 하나인 소비를 위축시키고, 금리 상승을 부추겨 경기 회복세를 제약한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시장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터라 고물가가 시장 경제에 미칠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물가가 단기간에 시원하게 내려갈 가능성은 낮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당분간 5%대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물가 안정 목표로 2%가량을 잡고 있는데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들이 산재해 이보다 높은 물가 수준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 이달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국내 최대 쇼핑 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를 펼치는 등 소비 장려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추모 분위기가 확산 됨에따라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또 코세페 기간 열릴 예정이었던 전국에 유명 지역축제도 줄줄이 백지화되면서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도 불가피해 졌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경제 외적인 사건·사고로 경기 하강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북한의 위협 고조 역시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과거 북한의 핵 개발과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연평도 포격 등 도발 행위는 단기적으로 증시를 불안케 하고 원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켰다.
특히 올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이번 안보 위험이 외국계 자금 이탈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당국의 환율 방어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9월 한 달에만 197억달러 줄어든 바 있다.
◇ 4분기, 절호의 찬스 놓친 유통업계 ‘씁쓸’
소비자와 접점이 높은 유통업계는 당장 남은 몇달을 걱정하고 있다.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로 8년 전 ‘세월호 참사’ 데자뷰라는 반응도 나온다. 당시 전국적으로 애도 분위기가 확산하며 소비 심리가 위축돼 내수가 급감한 바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오는 5일까지 이어지는 국민애도기간을 고려해 이달 대형 행사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전 계열사 통합 마케팅 ‘쓱데이’를 과감하게 취소했다. 이마트24도 무려 14개월에 걸쳐 개발한 모바일 앱 서비스 발표를 연기했다.
편의점업계 표정도 밝지 않다. 연중 대목으로 꼽히는 빼빼로데이가 다음주 앞으로 바짝 다가왔지만 대외 마케팅을 축소했다. 이미 상품 발주가 완료된 상황이라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하되,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기로 했다.
특히 20일부터 시작되는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주류업계도 자중하는 분위기로 급전환 됐다. 내부적으로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후 마케팅 규모와 시기, 오프라인 파티 행사 진행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월드컵은 처음으로 가을에 열리는 데다 한국 대표팀의 조별예선 경기가 경기를 시청하기 좋은 오후 10시에 열려 마케팅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스포츠 경기의 특성상 남성 시청자가 많고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며 경기를 즐겨 매출이 바짝 오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월드컵을 포함한 크리스마스, 송년회와 신년회까지 걸었던 기대가 급냉각 됐다. 이 시기만 오매불망 기다려온 주류업계는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쩔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대내외적인 악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기업들도 마케팅 등 활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졌다”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이되고 나면 매출 회복할 일만 남은줄 알았는데 갈수록 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