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비율 15.3%…10% 턱걸이 '수두룩'
부동산PF 부실·금리경쟁에 건전성 균열
국내 저축은행업계의 자본력이 거의 5년 만에 가장 나쁜 수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 등 대내외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악영향이 누적되는 양상이다.
특히 5곳 중 1곳 가까이는 자본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두 자릿수 대 붕괴마저 우려해야 상황에 놓이면서, 중·소형 저축은행을 둘러싼 양극화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BIS 비율은 평균 15.3%로, 2017년 말(15.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점검하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으로 하여금 8% 이상의 BIS 비율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축은행들 가운데 BIS 비율이 이 같은 권고치를 간신히 넘거나 10%대 턱걸이에 그치는 곳이 15군데에 달했다. 이처럼 BIS 비율이 1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축은행은 2019년 말까지만 해도 4개사에 그쳤다. 그런데 금리 인상 기조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 12개사로 급증하더니,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엠에스상호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9.6%로 최저였다. 이어 ▲머스트삼일·대신 저축은행 10.1% ▲한국투자저축은행 10.2% ▲라온저축은행 10.3% ▲우리저축은행 10.4% ▲진주·조은·애큐온저축은행 10.5% ▲OK·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 10.6% ▲페퍼·JT·동원제일 저축은행 10.7% ▲융창저축은행 10.9% 등의 BIS 비율이 11% 미만이었다.
특히 자산 규모 상위 5개사에 속하는 OK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의 BIS비율도 이처럼 낮은 현실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이밖에 업계 톱5 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SBI저축은행이 13.8%로 가장 높았으며, 웰컴저축은행 11.8%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업계의 자본력이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 급등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말 국내 10대 저축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1년 만에 15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60조원에 달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산도 건전성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업계 전체의 부동산PF 규모는 10조8000억원에 이른다.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 112조2000억원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평균 연체율이 1.8%로 보험사(0.3%) 등에 비해 높아 부실 염려가 지속되고 있다.
시중은행들과의 금리경쟁도 건전성 악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과도한 금리 경쟁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지만, 시중은행들이 4~5%에 달하는 예·적금 상품을 내놓음에 따라 저축은행들의 6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6%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가 저축은행들의 전반적인 수익성 둔화를 유인할 것”이라며 “대출 금리도 함께 오르면서 취약차주 및 일부 소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건전성이 상당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철구 한국기업평가 금융본부장은 “저축은행의 경우 조달금리나 여신금리가 높고 차주의 취약성도 높기 때문에 가장 빨리 금리 인상과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