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측근의 수호대 까지 자처
공천을 위한 눈물겨운 충성 자랑
쇠망의 조짐 바로보고 대처해야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측근이라는 사람들에 대해서까지 기필코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날마다 다지는 인상이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이 대표는 이 둘을 자신의 ‘측근’으로 특별히 인정한 바 있다. 그래서 민주당이 더 신경을 쓴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대표가 믿고 아끼는 심복들인데다, 이들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겠다.
당 대표 측근의 수호대 까지 자처
지난달 19일 당사 내 김 부원장 집무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박홍근 원내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저지하고 나섰었다. 24일 검찰은 당직자들과 5시간 넘게 대치한 끝에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수 있었다. 민주당은 그게 ‘야당 압살 의지’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집회를 갖기까지 했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집행한 것인데 대통령에게 항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 청취도 보이콧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법원까지 관장했다고 당시의 여당이 고백하는 것 같아 한심하고 딱하다. 어쨌든 김 부원장은 구속 기소됐다. 이번엔 정 실장 차례다. 검찰은 9일 그의 자택과 민주당사 내 정무조정실장실에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민주당은 집단저지 투쟁이 역효과만 부른다고 판단한 것인지, 성명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 실장의 경우는 ‘부패방지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거대 공당(公黨)이 개인적 부패 혐의에 대해서까지 방패 역할을 자임하다니!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민주당은 여덟 번이나 정 실장을 대변하는 입장문을 냈다(중앙일보, 11. 13). 물론 당 대변인인 김의겸 의원의 솜씨다(이 사람에 대한 칼럼을 쓰자는 것인데 서두가 너무 길어진 감이 있다).
“검찰은 소설을 쓰더라도 그럴듯하게 쓰길 권유한다. 개연성 측면에서 너무 황당무계한 내용이다. 검찰의 창작 능력이 무협지보다도 못하다”(대변인 서면브리핑, 13일).
(민주당은 ‘소설’을 아주 하찮게 보든가 아니면 아주 싫어하는 모양이다. 지난 20년 7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사위에서 “소설 쓰시네”라고 하더니 김 대변인도 애먼 ‘소설’을 들먹였다).
지난 9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다음날 정 실장은 “검찰정권의 정적 사냥은 실패할 것이고 끝내 이재명의 결백함은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입장문을 냈었다. 2급 당직자인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정적 사냥’으로 몰아간다는 것은 지나친 자존망대이거나, 검찰 표현대로 ‘(이 대표와)정치적 공동체’라는 뜻이 된다.
공천을 위한 눈물겨운 충성 자랑
김 의원은 정 실장의 이 같은 위세, 이 대표와의 공동체적 관계를 감안해서 충성스런 호위무사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 게 아니라면 직전 여당의 대변인이 고위직이라 할 수도 없는 당직자 한 사람의 개인 비리 문제에까지 왜 기를 쓰고 개입하려 하는지 도대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공천’을 염두에 둔 충성심 과시일 듯하지만(당 내에서도 그런 지적이 나온다니 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과하다.
당연히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입지가 아주 취약하다. 자타가 공인할 업적을 쌓지 않으면 민주당 후보가 되기 어렵다는 강박감에 시달릴 처지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앞뒤 안 가리고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 점에서 그의 허언증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생존투쟁’ 아닌가.
이 대표와 그 측근들을 당의 이름으로 비호하고 나서는 것은 그나마 약과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나 언론을 통해 그가 벌이는 충성의 투쟁은 어이없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한 관객모독의 소극(笑劇)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데 그때마다 코미디가 되고 만다.
지난 9월 13일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서 한 장관의 ‘스토커 식 따라붙기와 폴더인사’ 에피소드를 폭로했다. 한 장관이 안양교도소 이전을 위한 ‘법무부·안양시 업무협약’행사가 끝난 후 카메라를 의식, 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집요하게 따라가 악수를 청하면서 폴더 인사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아주 조롱해가며 그 이야기를 퍼뜨렸는데 팩트는 그 반대였다. 대변인에 발탁된 기념으로 한방 날리고자 했겠지만 얼뜨기 같은 이미지만 남겼다.
지난달 6일 국회법사위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한 장관의 미국 방문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를 보호한답시고 시도한 트집이었다. “(수사)하고 싶으면 직을 걸고 정면 승부를 하라”며 으름장을 놨다. 그러다가 한 장관으로부터 “내부고발을 하는 것인지, 나중에 범죄사실이 드러나도 수사하지 말라고 복선을 깔아두는 것인지 묻고 싶다”는 핀잔성 역공을 당했다. ‘어렵게 구한 영문 보고서’라며 거드름피웠다가 한 장관의 한 마디, “의원님, 그거 구글링을 하면 다 나오는 자료입니다”로 망신살이 뻗쳤다(물론 김 의원은 언제나 씩씩하니까 걱정해 줄 필요가 없겠지만).
쇠망의 조짐 바로보고 대처해야
그 정도로 헛소리를 거듭했으면 자중할 만도 한데 그러기엔 그의 충성심이 너무 과도하다. 마침내 ‘청담동 술자리’ 괴담에 이르고 말았다. 지난달 24일 법사위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은 청담동 고급스러운 바에 윤 대통령, 한 장관, 그리고 김앤장 변호사 30명이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셨다는 ‘언론 제보’를 거론했다. 김 의원은 이른바 시민언론 ‘더탐사’와 협업을 통해 확보한 내용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의 민주당 동료들은 어설프게 지어낸 거짓말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의혹으로 남겨두려고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흥망성쇠에는 조짐이 있게 마련이다. 김 의원의 무엇에 씐 듯 한 언행들에서 그런 기미를 느끼게 된다. 온갖 의혹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이 대표가 당의 대선 후보로 공천되었을 때부터 그런 기운이 감돈 게 사실이기도 하다(물론 개인적인 예감이다). 그런데 그는 대선 패배 후 바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당 대표직까지 차지했다.
“저 사람들 뭐에 홀린 것 아닌가?”
그간의 민주당 선택은 이런 의구심을 강요하듯 했다. 코뚜레 없는 소는 잡아끌수록 뒷걸음친다. 그래서 코뚜레를 꿰는 것이다. 정당의 코뚜레는 ‘민주정치의 상식’이다. 그걸 망각하면 당의 이성적 판단은 막무가내 뒷걸음질이 시작된다. 민주당이 보이고 있는 행태가 그렇다.
이 대표의 거취는 어차피 검찰수사와 사법부의 판단이 난 후에나 결정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아부 경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소속 의원들의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사람을 배제하는 일이다. 거창한 이름의 윤리심판원을 두고 있으면서 당의 민주적 정통성‧정당성을 헛소리로 훼손하는 의원들을 그냥 두고 본다는 것 자체가 쇠락의 전조(前兆)일 것이다. 무책임한 허언이나 과도한 악담은 전염성이 강하다. 그런 것을 허용하거나 되레 부추기기까지 한다면, 그런 정당에 미래는 없다.
비례대표는 엄밀히 말해서 ‘국민의 대표’라기보다는 ‘정당의 국회 주재원’이다. 국민은 정당을 선택했을 뿐이고 의원직을 부여한 측은 정당이다. 당에는대기 중인 예비후보가 많다. 우선 자질 없는, 당에 짐만 되는 의원부터 정리하는 것이 ‘쇠망으로의 무한 질주’에 대한 제동 방법일 수 있다. 민주당의 이 대표가 자신에 충성스러운 의원들을 내 칠 생각을 할 리 없겠지만 공감하는 의원이나 지지자들이 단 몇 명이라도 있을 것 같아서 거드는 훈수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