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무대 뒤, 아역 보모①] ‘샤프롱’ 도입 7년, 현재 뮤지컬계는


입력 2022.11.15 14:10 수정 2022.11.15 14:1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15년 뮤지컬 '원스'로 첫 샤프롱 도입

"아역도 존중 받아야...안전 위해 샤프롱 꼭 필요"

피아노 연주자에게 악보를 넘겨주는 페이지 터너(page-turner)가 있다면, 아역 배우들에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살펴주는 ‘샤프롱’(chaperon)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젊은 여자가 사교장에 나갈 때 따라가서 보살펴 주는 사람을 뜻하는 샤프롱은 현대의 공연계에선 아역배우만 따로 관리하는 전담 스태프를 일컫는다.


샤프롱이 처음 국내에 샤프롱이 도입된 건 2015년 뮤지컬 ‘원스’(Once) 초연에서였다. 당시 샤프롱은 작품에 출연한 아역배우(이반카 역, 총 3명의 배우가 번갈아 공연)를 관리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자격 조건이나 관련 의무 조항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일부 아역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의 제작사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 등에서는 아동과 청소년 인권 보호를 위해 오래전부터 반드시 샤프롱을 두도록 강제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샤프롱은 3년마다 자격을 인정받아야 하고, 아역배우의 학습권을 위해 일일 3시간을 기본으로 개인교습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국제 극장 무대 종사자 연맹’(IATSE)에서 아동노동자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체계적으로 아역을 관리한다. 미국에서도 결석할 경우 스튜디오 교원이나 면허를 소지한 교원 제도를 두면서 아역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내 공연계에 샤프롱이 처음 도입된 것도 해외의 이런 규정이 배경이 됐다. 국내에서 레플리카 작품이 늘면서 외국 스태프들이 샤프롱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다. 레플리카는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 형태 중 하나로, 뮤지컬의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복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리지널 공연의 극본과 음악뿐 아니라 연출 동선, 안무, 무대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모든 디자인까지 오리지널 공연과 똑같이 진행하고, 보통 해외 스태프들이 내한하여 한국 스태프들과 협업으로 작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샤프롱을 두는 것도 필수적이었다.


‘원스’ 제작사 신시컴퍼니 정소애 기획본부장은 “(‘원스’는) 레플리카 공연이었기 때문에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아역 배우를 관리할 인력을 둘 것을 제안했고, 그 규칙을 따랐다”면서 “‘원스’ 이전에 어린이가 출연한 작품은 ‘사운드오브뮤직’(2006) ‘헤어 스프레이’(2012) 등이 있었는데 이때는 아역 배우를 따로 케어하는 시스템은 없었고 성인 앙상블 배우들과 한 대기실을 쓰면서 그들의 인솔 아래 움직였고 그 밖의 많은 스태프들이 십시일반으로 각 파트에서 필요 부분만 아역 배우들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원스’에서 샤프롱이 도입된 이후로 ‘킹키부츠’ ‘서편제’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 아역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샤프롱을 뒀다. 작품별로 인원엔 차이가 있다. 9~12세 배우 4명이 출연하는 ‘킹키부츠’엔 1명, 세 역할에 총 8명의 아역이 출연하는 ‘미세스 다웃파이어’엔 2명의 샤프롱을 뒀다. 아역 중심의 작품인 ‘빌리 엘리어트’와 ‘마틸다’와 같은 경우는 5~6명까지 채용을 하기도 한다.


뮤지컬 제작사 기획팀에서 근무하다가 이번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통해 처음 샤프롱으로 채용된 박주은 씨는 “처음엔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지만 아이들을 ‘관리’한다는 것보다 ‘놀아준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만큼 아이들과 친구처럼 오랜 시간을 재미있게 보냈다”면서 “실제 부모님들이 해야 하는 역할을 대신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같이 밥을 먹고 대기 시간엔 함께 놀고 숙제나 공부할 것들을 가져와서 봐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씨는 “보호자가 대기실이나 무대 뒤에 들어올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선 샤프롱이 꼭 필요하다. 혹시나 있을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이 주된 업무”라며 “무대 뒤는 굉장히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샤프롱이 아이들의 의상을 갈아입혀주거나 동선을 팔로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신시컴퍼니 정소애 본부장 역시 샤프롱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아역 배우들의 안전과 인권이라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그리고 무대 뒤 분장실 혹은 사각지대에서 아역배우들이 언제나 담당 어른의 케어와 책임 하에 둠으로써 만일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며 “다양한 사고라는 것은, 위험이 많이 도사리고 있는 공연 무대나 촬영 환경에서의 안전사고를 말하며,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벌어지는 업무이므로 성문제나 정신적 물리적 폭력 등의 문제도 포함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작품을 구성하는 한 인격체로서 어린이도 존중받아야 함은 마땅하다. 미성년은 그야말로 미성년이기에 일상생활에서도 보호가 필요하다. 아역배우들도 그래서 보호가 필요하다. 예술 무대에서 아무 사고 없이 성인과 동일한 수준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특히 미성년의 안전에 대한 대비와 매뉴얼은 우리가 최근 겪은 많은 힘든 사건들에서 이미 그 필요성은 증명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역 전담 보호자를 둠으로써 부모가 더 안심하고 회사와 소통하며, 그 외 스태프들과 타 배우들도 공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