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관계 개선의 핵심은 ‘소통’…10년간 매분기 상생회의 개최
자율적 ‘협력이익공유제’ 업계 최초 도입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성장을 하며 여러 가지 실수와 과오를 범한다. 하지만 과오를 대하는 자세 역시 모든 기업이 동일하지는 않다.
어떤 기업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며 점차 수렁으로 빠져드는 반면 어떤 기업은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며, 자기혁신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찾는다. 이런 경우 기업에 있어 절체절명의 위기가 바로 그 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결정적 순간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013년 5월 남양유업 대리점주에 대한 영업사원의 막말 녹취록이 공개됐다. 영업사원의 도 넘은 막말과 함께 제품강매 행위, 소위 ‘밀어내기’ 의혹이 제기됐다.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나섰고,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나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되찾기는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대리점 폭언 사태는 과거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에 빠져 있던 남양유업을 다시 각성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남양유업은 영업사원의 막말을 한 영업사원의 일탈로 치부하기보다 대리점을 대하는 영업사원의 의식과 태도를 다시 한번 반성하고, 다시는 유사한 잘못을 저지르지 말자는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기로 하고 일차적으로 영업사원들의 교육과 훈련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의식개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제도와 시스템의 개선이다. 남양유업은 해당 사건이 발생한 이후 영업환경 전반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기반으로 대리점 관련 회사의 모든 영업시스템과 제도의 전면 혁신에 나섰다.
남양유업은 우선 문제가 된 소위 ‘밀어내기’ 주문이 발생할 수 없도록 주문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영업사원이 임의로 대리점 주문을 수정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며, 대리점이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주문을 수정 혹은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도 대리점이 직접 요청한 근거내역을 반드시 확인해 전산 프로그램에 주문, 변경 사유를 의무적으로 입력하게 했다. 또한 주문이력관리스템을 통해 대리점주가 주문변경 내역과 실제 출고량을 전산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대리점 사태 이후 남양유업이 대리점 관계 재정립을 위해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대리점 대표들과의 적극적 소통 프로그램 개설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부터 전국 대리점 대표들과 매 분기마다 ‘상생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대리점 영업현장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개선안을 마련해 영업정책에 직접 반영하고, 경기 침체 등 특수한 시장 상황에서는 공동 대응 방법을 모색하는 등 대리점과 본사 모두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상생회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이 같은 소통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이는 10년 간의 프로그램 운영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또한 대리점 단체의 교섭권 강화를 위해 계약서에 정한 중요 조건 변경 시 상생위원회 회의를 열어 대리점 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동의를 얻는 절차를 마련했다.
또한 본사가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할 경우 대리점 단체가 근거와 함께 직접적으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련법 준수에 관한 감시 및 감독 권한까지 보유하도록 했다.
남양유업은 사전약정에 따라 대리점과 이익을 나누는 자율적 ‘협력이익공유제’를 업계 최초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해 농협 납품 시 발생하는 순 영업이익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리점에 분배하고 있으며, 영업이익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1억원을 최소 보장금액으로 정해 대리점에 지급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전국 1500여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상생, 복지제도를 운영 중이다. 2013년 9월 업계 최초로 대리점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패밀리장학금’ 제도를 만들어 운영 중이며 지난 10년간 총 918건, 12억1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출산양육 지원 제도도 확대해 기존 세 자녀 출산 시 대리점주에게 30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에 더해 자녀 수에 상관없이 출산 시마다 5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지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대리점주의 첫 손주 출산 시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장기운영 대리점 포상과 긴급생계자금 지원제도도 갖췄다.
25년 이상 대리점을 운영해 온 점주에게 1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을 지원하고, ‘긴급생계자금 무이자 대출’ 제도를 통해 질병 및 상해로 인해 긴급 자금이 필요한 대리점주들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장기근속 대리점주 포상금을 지급받은 대리점은 총 59개에 달한다.
과거 대리점 사태로부터 교훈을 얻어 다시는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취지로 영업사원 대상 상생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파트너를 존중하는 상생 마인드가 조직 내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건강한 남양’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임직원 모두가 매 분기마다 의무적으로 상생을 위한 의식제고 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전직원 대상 준법서약, 사내 준법레터 발송과 함께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공정거래법, 대리점 공정화법 등 정기적인 준법 실무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준법현장 점검, 대리점 설문조사, 준법 신문고 등을 운영함으로써 준법실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과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함에 따라 유관기관 및 대리점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평가하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서 모든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선도적인 상생 준법실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공정한 거래 관계 형성의 귀감이 됐다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 2019년과 2020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또한 2021년에는 공정거래협약 평가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공정거래위원장 표창을 수상했다.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는 동반성장지수에 반영되는 사항으로 매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