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여 씨, 이춘재 8번째 연쇄살인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
이춘재 자백으로 누명 벗어…재판 당시 "경찰 강압수사로 허위자백"
한동훈 "국가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준 사건…국가 대신해 진심으로 사과"
법무부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5) 씨에게 배상금을 물어주라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윤씨 측이 항소하지 않으면 21억 7000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된다.
법무부는 "불법 체포·구금, 가혹행위 등 반인권 행위가 있었고 피해자가 약 20년간 복역했으며 출소 후에도 13세 소녀 강간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회적 고립과 냉대를 겪어온 점 등 그 불법성이 매우 중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1일 항소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김경수 부장판사)는 윤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윤 씨와 그의 가족들에게 총 21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지난달 판결했다.
윤 씨는 경기 화성에서 박모(당시 13세) 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1989년 7월 검거됐다.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이후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항소했으나 재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년을 복역하고 난 뒤인 2009년 가석방됐다.
그러다 약 10년이 흐른 2019년 10월 이춘재가 스스로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라고 범행을 자백하면서 누명을 벗게 됐다. 윤 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20년 12월 사건 발생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법무부는 아울러 이춘재가 자백한 사건 중 하나인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유족에 대한 국가배상 판결도 항소를 포기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경찰들의 의도적 불법행위로 피해자 가족들이 약 30년간 고통받았다는 취지에서다.
법무부는 "시간이 흘러 시신 수습도 하지 못한 채 애도와 추모의 기회 자체를 박탈 당한 사정 등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앞서 수원지법 민사15부(이춘근 부장판사)는 화성 초등학생 유족에게 국가가 2억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지난달 판결했다.
당시 8세였던 피해 아동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 30분께 화성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실종됐다. 이는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 사건 중 하나로, 이춘재의 자백 후 재수사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김양의 유류품과 시신 일부를 발견하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한동훈 장관은 "국가의 명백한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 사건인 만큼 국가의 과오를 소상히 알리고, 신속한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오랫동안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께 법무행정의 책임자로서 국가를 대신해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