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푸드 합병으로 국내 2위의 종합식품기업 도약
9개 해외법인 통해 제과 외 가공식품 수출도 추진
북미 등 인수합병 통한 신시장 개척 가능성도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에 첫 외부 출신 수장이 선임됐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풍부한 이창엽 신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출산율 저하 등 내수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 롯데제과가 해외사업 확대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롯데는 지난 15일 롯데지주 포함 35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전반적으로 젊은 CEO가 전면에 등장했고, 작년에 이어 외부 전문가 영입도 지속됐다.
그 중에서도 롯데제과에 외부 출신 대표이사가 선임된 것은 신동빈 회장의 강력한 인사 혁신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기업으로 상징성이 큰 계열사다.
특히 지난 7월 롯데푸드와의 합병에 따른 통합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변화 보다 안정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내부 출신도 아닌 외부 인사가 처음으로 수장에 선임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신임대표로 선임된 이창엽 부사장은 한국과 북미에서 30년 이상 글로벌 소비재 회사에서 근무,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1993년 한국P&G를 시작으로 Hershey(허쉬) 한국 법인장, 한국코카콜라 대표 등을 역임했다. 또 LG생활건강의 미국 자회사인 ‘더 에이본 컴퍼니’(The Avon Company) CEO로 북미 사업을 이끌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이창엽 대표이사는 우수한 글로벌 마인드와 마케팅, 전략 역량을 바탕으로 롯데제과가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 나아가는 데에 필요한 해외 사업확장, 브랜딩 제고, 조직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성장성 높은 해외사업 확대 초점…합병으로 도약 발판 마련
제과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통한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로 국내 시장이 갈수록 축소되면서 이를 만회할 해외시장 개척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제과업계 1위인 오리온의 경우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오리온의 해외사업 매출은 전체 매출의 65% 이상을 차지한다.
국제곡물가격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동종 업계 대비 수익성 방어에도 성공했다는 평이 나온다. 올 3분기 말 기준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은 16.4%로 업계 평균인 4.9%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반면 롯데제과의 3분기 말 기준 해외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25.7%로 오리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롯데는 제과업계 부동의 1위를 지켜오다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오리온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하지만 롯데푸드와의 합병으로 새로운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제과 중심에서 육가공, 유가공, 가정간편식(HMR), 유지류 등을 아우르는 종합식품회사로 영역을 넓힌데다 연매출 3.7조원 규모로 CJ제일제당에 이은 국내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롯데제과는 기존 인도,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기에 등 9개 해외법인을 적극 활용해 롯데푸드 상품의 해외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10월 몽골, 카자흐스탄을 대상으로 롯데푸드에서 생산하는 캔햄 등 판매가 시작됐고, 내년에는 파키스탄 분유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창엽 신임대표의 역할 역할도 기대된다. 동종업계인 해태제과를 비롯해 농심 켈로그, 허쉬 등 제과업계 근무 경험이 풍부한데다 북미 시장에 대한 노하우까지 더해져 신시장 개척에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미국에는 롯데제과의 현지 법인이 없다.
하지만 합병을 기점으로 글로벌 빅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현지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 진출 가능성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에 외부 출신 수장을 영입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내년에도 경영 안팎의 상황이 어두운 만큼 선제적인 쇄신을 통해 내부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이란 설명이다.
당초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됐던 정기 인사가 보름 이상 지연되고 안정 보다 쇄신에 무게를 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에 대해 그룹 측도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년 ‘영구적 위기’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존 사업의 변화와 쇄신을 실현하기 위해 보다 정밀한 검증과 검토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