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비용 1년 새 5천억↑
대출 금리 억제에 '속앓이'
국내 10대 저축은행들이 대출 등 영업을 위한 자금을 끌어 모으는데 들어간 이자 지출이 1년 새 5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자금 조달을 둘러싼 저축은행의 출혈은 계속 확대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자 장사를 자제하라며 눈치를 주는 탓에 사실상 대출 금리에 손을 대기도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0대 저축은행들이 고객들로부터 예·적금을 받거나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지급한 이자는 총 1조22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9%(4688억원) 늘었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우선 SBI저축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266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1.5%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의 해당 액수도 2268억원으로 62.9% 늘며 2000억원 대로 올라섰다.
이밖에 저축은행들의 자금 조달 이자 지출 규모는 ▲한국투자저축은행 1299억원 ▲페퍼저축은행 1239억원 ▲웰컴저축은행 1213억원 ▲애큐온저축은행 1085억원 ▲다올저축은행 800억원 ▲상상인저축은행 641억원 ▲모아저축은행 630억원 ▲신한저축은행 431억원 순이었다.
저축은행업계가 자금을 모으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확대되고 있는 배경에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시장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다 보니 예·적금을 유치하든 외부에서 자금을 빌려오든 지급해야 할 이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지난 달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2012년 10월 이후 10여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실제로 저축은행들의 자금 조달 금리도 치솟았다. 조사 대상 저축은행들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금 조달 금리는 평균 2.44%로 1년 전보다 0.43%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별 수치는 ▲모아저축은행 2.75% ▲페퍼저축은행 2.60% ▲애큐온저축은행 2.55% ▲다올저축은행 2.48% ▲상상인저축은행 2.47% ▲SBI저축은행 2.42% ▲한국투자·웰컴저축은행 2.40% ▲OK저축은행 2.37% ▲신한저축은행 1.97% 순이었다.
이처럼 돈을 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늘어나는데 이를 대출해주며 받을 수 있는 이자율은 더 낮아졌다. 지난해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되면서다. 결국 저축은행 입장에선 대출 원가는 비싸지는데 판매 가격은 제한되는 형국이다. 특히 서민이 많이 이용해 애당초 대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업계에게 이런 상황은 한계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욱 문제는 금융당국이 그나마 올릴 수 있는 대출 금리마저 억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등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사들의 대출 금리 상승 추이를 주 단위로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대출 이자율을 함부로 올리지 말라는 압력이다.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강제적인 금리 조정 정책이 이어질 경우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개연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정 최고금리로 인해 대출 문턱이 막힌 취약계층은 끝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 나중에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그 동안 제대로 대출 이자를 받지 못했다고 여긴 저축은행으로서는 변화를 즉각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 조달 비용이 계속 커지는 와중 이자 장사를 심하게 하지 말라는 논리만으로 대출 이자를 억누르면 결국 고객에게 악영향이 돌라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