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821조…'역머니무브'에 급등
최고 연 4.75% 그쳐...정점 찍고 하향세
올해 은행권에는 기준금리 지속 상승과 자산시장 침체로 역대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대부분의 은행 예금 상품이 4% 이상의 이자를 내걸고 있는 만큼, 핵심 투자 상품으로 급부상한 덕택이다. 그러나 ‘믿을건 예금 뿐’이라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5대 은행의 수신금리는 정점을 찍으며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이 자취를 감추는 모양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2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1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654조9359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66조2467억원 늘어난 것이다. 올해 증가폭은 지난해(22조5283억원)보다 7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이같은 추세면 5대 은행을 포함한 전체 예금은행 정기예금 잔액도 역대 최고치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0월 말까지 965조318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188조608억원 급증했다. 11월과 12월 증가폭을 포함하면 2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권에 막대한 시중 자금이 쏠린 것은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신상품 금리가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부동산·주식, 코인 등 자산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은행 예금 상품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예금은행 정기예금 상품의 58%는 4%대, 7.4%는 5%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정기예금 상품 10개 중 6개의 금리가 4%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역(逆)머니 무브’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난달 5%대를 뚫었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4% 중반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레고랜드 자금경색으로 단기자금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은행권으로만 유동성이 흘러가다 보니 금융당국이 지나친 수신금리 경쟁을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공행진했던 채권 금리도 한 풀 꺾이면서 금융채 금리도 주춤했다. 금융채 금리가 하락하면 이와 연계된 정기예금 금리도 내려간다.
이같은 이유로 5대 은행 중 정기예금 상품 금리(1년 만기)가 5%를 넘는 곳은 찾을 수 없다. 이날 기준 ▲KB Star 정기예금 연 4.65% ▲신한 쏠편한 정기예금 연 4.63% ▲하나의 정기예금 연 4.70% ▲우리WON플러스 예금 연 4.70% ▲‘NH올원e예금’ 연 4.75%으로 집계됐다. 가장 금리가 높은 NH올원e예금의 경우 이달 1일 5.1%를 금리로 제공했으나, 한 달도 채 안 돼 0.35%p가 떨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권고와 함께 최근 은행채 발행까지 재개되면서,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릴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며 “당분간 정기예금 금리가 4%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