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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한 'K-칩스법'에 실적 악화까지...반도체 '칼바람'


입력 2022.12.26 13:41 수정 2022.12.26 13:42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4개월 만에 국회 문턱 넘었지만, 현행과 큰 차이없어

글로벌 '리쇼어링' 분위기에 역행하는 법안이라는 지적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 특별법, 이른바 'K칩스법'이 4개월 만에 겨우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여야의 당 초안에 한참 못 미치면서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실망을 넘어 우려를 쏟아내는 분위기다. 경쟁국들이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정책적 측면에서 오히려 후퇴한다는 지적이다.


26일 반도체 업계와 재계 등은 국회가 지난 23일 통과시킨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안을 놓고 "안그래도 어려운 상황인데 이러다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가 흔들린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조특법 개정안의 대기업의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때문이다. 해당 부분은 현행 6%에서 8%로 확대했다. 당초 여당안(20% 공제)은 물론 야당안(10% 공제)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견기업(8% 공제)과 중소기업(16% 공제)은 현행 그대로 유지된다. 이 역시 당초 여당안(중견기업 25% 공제)에는 못미친다. 국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법안 통과 직후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에 관한 글로벌 스탠다드는 25%, 미국 25%, 대만 25%, 중국은 무려 100%인데 8%짜리 한국이 경쟁력이 있겠느냐”며 “벌써 미국으로 빠져나간 투자금만 300조 원에 달한다. 코리아 엑소더스(탈출) 규모는 이제 더 커질 것"이라 경고했다.


이같은 개정안의 통과에는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한 몫 했다는 후문이다. 여당안인 대기업 20% 공제가 통과될 경우 향후 법인세 세수 감소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곧장 자료를 내고 "국회와 정부가 단기적인 세수 감소효과에 매몰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곧장 목소리를 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치열한 글로벌 첨단산업 전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세액공제비율을 늘려야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각국은 현재 세제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 설비투자하는 기업에 세액을 25% 감면해주고 있다. 심지어 기업 규모도 관계없다. 중국은 반도체 기업의 공정 수준에 따라 법인 소득세를 50%에서 100%까지 감면해주고 당근책을 내놨다. 향후 몇년간 1조 위안(약 187조원)에 이르는 거액을 반도체 산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대만 역시 반도체 연구개발·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5%로 높이는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가적 관점에서 따져봐야 할 사업인데, 이렇게 되면 반도체 클러스터 등 특화단지를 조성한다고 해도 기업들의 부담이 높아져 생태계 구축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똑같은 금액을 들였는데 공장을 더 못 짓는다는 전제가 선다면 누가 한국 산업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 단순 계산만 해도 나오는 답이다. 8% 세액 공제와 해외 25% 세액 공제 중 어떤 쪽이 승산이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국내 기업들은 법인세 부담률도 큰 상태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률은 지난해 기준 26.9%다. 미국(13%)과 대만(12.1%)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한국이 법인세 아울러 국내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은 G5(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가 평균 17.6%인데 비해 한국은 최대 2%에 불과한 상태다. 특히 현재 미국을 위시로 한 글로벌 각국이 리쇼어링(해외로 진출한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에 공 들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개정안은 국내 산업 경쟁력을 되려 낮추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이에 결국 해외 기업 유치는커녕 국내 기업들마저 해외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생산의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비용 문제로 인해 해외로 나갈 경우 기술 유출 뿐만 아니라 인력 채용 문제에 있어서도 끝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가져오게 될 확률이 높다. 이러한 K칩스법 논란은 현재 업황 악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더욱 힘 빠지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법안의 논란은 세액공제 뿐만이 아니다. 전문인력 양성 및 인허가 간소화 절차 문제도 대폭 후퇴한 모습이다. 당초 첨단산업특별법 개정안에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와 무관하게 반도체 등 전략산업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린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당정 협의 과정서 '수도권 특혜' 논란이 일며 대학 내 정원에서 조정하는 방향으로 일단락됐다.


한편, 메모리 시장 수요 침체 쇼크로 인해 국내 반도체 업계의 4분기 실적도 크게 내려앉을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영업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 평균치)는 7조3968억원으로 14조원 가량에 달했던 전년 동기 대비 46.66% 급감했다. 삼성전자보다 메모리 비중이 큰 SK하이닉스의 경우 4분기 적자가 전망되고 있다. 4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6430억원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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