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카, '데이트폭력 중범죄' 저질러"…유족, 1억원 손배소 제기했지만 1심 패소
법조계 "정신적 고통 입었다 유족 측과 실제 피해 입었다는 사실 사이에 인과관계 부족해 패소"
"국내법, 정신적 손해배상 위자료 인정 안하는 경우 많아…특히 손해배상 금액, 매우 적게 인정"
"이재명 발언으로 정신과 치료받았다 증명서 제출 등 피해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항소심 승소 가능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카의 살인 사건을 '데이트폭력 중범죄'로 지칭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유족 측이 정신과 치료 증명서 제출 등 피해를 입었다는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한다면, 항소심에서는 승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이유형 부장판사는 이 대표 조카 살인사건 피해자의 아버지 A 씨가 이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유족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06년 조카 김모 씨가 저지른 살인사건의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대표는 대선 기간이던 2021년 11월 논란이 일자 "(조카가)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A 씨는 이 대표의 '데이트폭력'이란 표현에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에서는 '데이트폭력' 이라는 표현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유족 측 주장과 실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족했기 때문에 패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법률사무소)는 "유족은 정신적 손해에 관한 위자료를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데이트 폭력이라는 표현으로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의 발언은 직무를 수행하며 발생한 일에 대한 발언한 것이기에 재판부 입장에서는 정도를 넘었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건양 최건 변호사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법원이 정신적 손해배상 위자료를 많이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손해배상 금액도 말도 안 될 정도로 적게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판결도 이런 사례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유족 측이 손배소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증명서를 제출하는 등 피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했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최 변호사는 "항소를 한다면 2심에서 어떤 정신적 피해를 입었는지 구체적으로 더 소명해야 할 것 같다. 단순히 원고가 피고의 말 때문에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고 변론만 해서는 안 된다"며 "원고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거나 피해 입증 자료를 제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데이트 폭력이라는 용어만으로는 항소심에서 승소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법률사무소 현강 이승우 변호사는 "이 대표의 표현이 부적절했다고 볼 여지는 분명 있다. 실제 유족 측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이 객관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고 표현한 것만으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 측은 지난해 11월 재판에서 “사려 깊지 못한 표현에 대해 A씨에게 사과를 드린다”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데이트 폭력 중범죄’란 표현은 축약적으로 지칭한 표현일 뿐, 명예훼손을 구성하는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승소한 것과는 별개로 사회 규범상 문제가 있는 발언이기에 국회 차원에서 징계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소정 변호사는 "정치인에 대한 도덕적 잣대와 사회적 평가 기준으로 봤을 때 매우 문제가 있는 발언이다"며 "민주당 자체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다든지 국회 차원에서의 징계를 요구한다든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