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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파격 속 관습 비틀기…‘퓨전’ 묘미 보여주는 ‘요즘 사극들’


입력 2023.01.16 14:01 수정 2023.01.17 15:5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슈룹’부터 ‘유세풍’까지.

독특한 설정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메시지

조선의 정신과 의사, ‘금혼령’에 반발하는 여자 주인공 등 색다른 설정을 내세운 퓨전 사극들이 연이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최근 현대적 감성을 입은 사극들이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까지 사로잡으며 흥하고 있는 가운데, 퓨전 사극들의 상상력도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다룬 tvN ‘슈룹’과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리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tvN ‘환혼: 빛과 그림자’(이하 ‘환혼’)가 최근 시청자들의 관심 속 종영했다.


‘조선시대에 정신과 의사가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tvN ‘조선 정신과의사 유세풍2’와 금혼령이 내려진 시대, 혼인 사기꾼이 벌이는 궁궐 사기극을 그리는 MBC ‘금혼령’은 현재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가상의 배경 또는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메시지를 담아내는 퓨전 사극이 안방극장의 한 축을 차지 중이다.


퓨전 사극 열풍은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됐다. SBS ‘홍천기’부터 KBS2 ‘연모’, MBC ‘옷소매 붉은 끝동’까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가미하거나, 아예 가상의 세계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극을 활용한 작품들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퓨전 사극’이 안방극장의 단골손님이 된 것이다.


물론 그간 꾸준히 선보여 온 장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여자 주인공들의 역할 변화를 통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거나, 판타지 사극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하면서 젊은 시청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연모’는 남장을 통해 왕이 된 여자 주인공이 이를 통해 동적으로 멜로를 이끌어나가며 남장 여자 로맨스의 클리셰를 비틀었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에 등장하는 주인공 역시 궁녀라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응원을 받았다.


‘슈룹’에서는 한층 과감한 시도가 이뤄졌다. 아들들, 즉 세자들의 교육에 진심인 중전 화령이 궁궐 안팎을 내달리며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줘 그간 본 적 없던 중전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 계성대군 캐릭터를 통해선 성소수자를 품는 모습도 보여줬다. 남몰래 여장을 하며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은밀하게 드러내던 계성대군이 마지막 회차에서는 결국 궁궐 밖을 떠나 자유를 되찾았었다.


‘조선 정신과의사 유세풍’ 시리즈는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백성들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다. 남편이 죽자 따라 죽어 열녀문을 받아내려는 시어머니 아래 고통받는 은우(김향기 분)부터 오랑캐에 끌려갔다 살아 돌아왔음에도 환향녀라 손가락질받는 할망(전국향 분) 등 여성과 천민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보듬으며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금혼령’에서도 수년간 이어진 ‘혼인 금지’ 상황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사기극을 통해 시대의 억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슈룹’이 방송 초반, ‘궁궐 내를 달리는 중전이 어디 있냐’라며 고증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슈룹’만의 메시지를 구현해내면서 이 같은 지적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이렇듯 최근의 퓨전 사극들은 나름의 메시지 또는 새로운 시선을 강조하며 사극을 보는 재미를 넓히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퓨전 사극이 고증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삼거나, 또는 역사적 배경을 흥밋거리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퓨전 사극과 정통 사극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TV 드라마들도 이 점을 적극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다만 그 변주 역시도 시청자들의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극일수록 그 선을 벗어났을 때 돌아오는 리스크가 클 수 있다. 사극이라는 장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면서, 시청자들의 니즈까지도 파악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장르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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