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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해외 채권 자금조달 30조 '역대 최대'


입력 2023.01.25 06:00 수정 2023.01.25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국내 돈맥경화에 글로벌 '노크'

벌어지는 한-미 금리 차 '변수'

5대 은행 간판.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해외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1년 새 4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채권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이 심해지자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은행들이 많아지는 분위기다.


정부도 금융권의 해외 채권 발행을 권장하고 나서면서 이런 흐름이 당분간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점점 벌어지는 국내외 금리 격차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외화 회사채 발행으로 끌어 모은 자금은 지난해 1~3분기 평균 잔액 기준 30조15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4조4405억원) 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외화 회사채 평균 잔액이 8조839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1.3%나 증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7조3167억원으로, 하나은행은 6조4260억원으로 각각 6.9%와 9.0%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이밖에 우리은행도 4조4717억원으로, 농협은행은 3조1020억원으로 각각 외화 회사채 평균 잔액이 9.9%와 17.1%씩 증가했다.


5대 은행 외화 채권 자금 조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권의 해외 채권 발행 확대는 국내 시장의 어려운 자금 조달 여건에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둘러싼 불안이 일기 시작했고, 이어 레고랜드 사태가 결정타가 되면서 채권 발행 환경이 극도로 악화됐다.


금융당국도 이런 움직임을 지지하고 나선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금융사들과 글로벌 채권 발행 방안을 논의해 왔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수요가 얼어붙어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자, 자금 조달 창구를 해외로 돌리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이 같은 해외 채권 발행을 자제시켜 왔다. 글로벌 금융권의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위험이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국내 자금 조달 환경이 나빠지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관건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격차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해외에서의 채권 발행 비용이 과도하게 불어날 경우, 금융사들 입장에서 글로벌 시장은 자금 조달처보단 자금 운용처로서의 가치가 더 부각될 수 있어서다.


미국 기준금리는 이미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달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4.25~4.50%로 0.50%p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이에 뒤질세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조정에 속도를 냈지만, 미국과의 간극은 여전히 1%p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가 올해도 가파른 인상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FOMC 위원 19명이 각자 생각하는 적절한 금리 수준을 취합한 지표인 점도표는 올해 말 금리를 5.00~5.25%로 나타냈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미국 기준금리가 0.75%p 더 오른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이대로 계속 벌어지면 은행권의 채권 발행 수요는 다시 국내로 유턴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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