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 공방 속 공공요금 인상은 계속
이달 오른 전기요금, 내달 고지서 반영
4월엔 버스·지하철·택시 인상 대기 중
겨울 끝나도 취약계층 ‘혹한’ 계속돼
연초부터 터져버린 난방비 ‘폭탄’ 충격이 혹한기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에는 이번 달에 오른 전기요금까지 반영되면서 난방비 충격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정치권에서는 ‘네 탓’ 공방만 하고 있어 서민층 시름이 갈수록 깊어진다.
지난 설 연휴 이슈 대부분을 빨아들인 난방비 문제는 일정 수준 예상된 측면이 있다. 주택용 가스요금은 지난해 4월과 5월, 7월, 10월 네 차례에 걸쳐 1MJ당 5.7원 올랐고,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하는 열 요금도 1년 동안 37.8% 치솟았기 때문이다.
요금 인상 상황에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었다. 당연히 12월분 난방비 요금도 급증했다. 난방 에너지 수요가 가장 많은 달이 1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달 난방비 요금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난방비 폭탄 원인을 찾자면 여러 가지다. 여당과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전임 정부 탓도 있다. 인상 시점을 계속 미루다가 훗날 한꺼번에 올린 결과가 폭탄으로 돌아온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전임 정부 탓만 할 일도 아니다. 현 정부 들어서고 나서도 국제에너지 가격은 계속 올랐다. 난방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에 요금 폭등이 발생할 수 있음은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 그런 만큼 전임 정부 책임을 묻기에 앞서 대책을 고민했어야 하는 건 현 정부가 할 일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난방비 충격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가 상승을 이유로 계속 억눌러 온 공공요금이 앞으로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기와 가스는 물론 버스, 지하철, 택시 요금도 모두 오른다. 이런 공공요금 인상은 특히 서민층, 취약계층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난방비 인상 폭은 여전히 세계 주요국보다 낮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우리나라 주택용 가스요금 인상률은 38.5%였다. 영국 318%, 독일 292%, 미국 218%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물론 국가마다 에너지 수급 상황과 비용 체계가 다른 만큼 인상 폭만으로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는 국제 상황을 따라갈 만큼 에너지 요금이 충분히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재정이 계속 나빠지는 것도 요금 인상 요인이다. 2021년 기준 1조8000억원이던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영업손실)이 지난해 9조원(추정치)까지 늘어났다.
정부는 단계적인 요금 현실화를 통해 2026년까지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MJ당 10.4원을 올려야 3년 뒤 미수금이 없어진다. 주택용 가스요금으로는 1년간 주택용 53% 올려야 하는 수준이다.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은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9조원에 달한다”며 “이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어렵고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해소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오른 전기요금은 또 오를 예정이다. 산업부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전력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올해 전기요금은 1㎾h당 51.6원까지 늘어난다. 이달에 13.1원을 올렸으니, 계획대로라면 연말까지 38.5원을 더 인상하게 된다.
겨울이 지나도 공공요금발 가계 부담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면서 국제에너지 가격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내 에너지 요금 인상과 함께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는 요인이다.
서울시 지하철·버스 요금은 4월부터 많게는 400원까지 오른다. 서울시는 다음 달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 공청회를 열고 300원과 400원 등 두 가지 인상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도 1000원 높아진다.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교통 요금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가격을 그때그때 100% 반영하지는 못하고 가계 부담 증가 등을 고려해서 적정 수준에서 요금을 결정하고 있다”며 “에너지 공기업 적자 상황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국민 부담을 봐가면서 적정 시점에 적정 수준 요금 조정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