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금융 등 자금경색 위험↑
금융당국 여전채 지원 확대 나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 레고랜드 사태로 얼어붙은 채권시장의 불안이 여전히 캐피탈사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특히 중소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이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5조원과 여전채 지원 범위를 BBB- 등급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향후 캐피탈사들의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모아진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여신금융전문회사채 금리는 4%대를 기록하며 다소 안정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채권시장 경색으로 6% 가까이 올랐던 여전채 금리가 한 달 사이 1%p 이상 감소한 것이다.
수신 기반이 없는 캐피탈사의 경우, 손익구조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여전채 금리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소형 캐피탈사들의 여전채 금리는 여전히 연 6%대를 유지하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캐피탈 업권의 리스크가 커질 우려를 낳고 있다.
동영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추가 이자비용 부담 확대 수준과 해당 확대폭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한 결과, 영업수익 대비 비용부담 확대 비중은 BBB급에서 가장 크게, AA급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며 조달 여건 저하로 인한 조달금리 상승은 캐피탈사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전망했다.
또 부동산금융 건전성 저하까지 겹치면서 중소형 캐피탈사들이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OK캐피탈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OK캐피탈의 영업자산이 부동산금융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브릿지론의 건전성 저하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유동성 관리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이유다. 이밖에 부동산금융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크고 익스포져 중 본 PF 전 단계인 브릿지여신의 비중이 높아 건전성 저하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A캐피탈에 대해서는 유동성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A캐피탈의 유동성 차입 비중이 79.4%며 11월 말 즉시 가용 유동성은 약 230억원으로 1년 이내 만기도래 차입부채 2729억원 등 단기자금 소요를 충당하기 위해 꾸준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중소형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시장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 및 금융당국이 여전채 시장 안정에 다시 한 번 나서면서 그간 채권 발행 난항을 겪었던 캐피탈사들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P-CBO는 신규로 발행되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자산담보부증권이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힘든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을 모아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을 거쳐 발행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채권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11월 50조원+α 유동성 지원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시장 소화가 어려운 여전채를 매입해 시장에 연말 이후로 민평금리보다 낮은 언더발행에 성공하는 여전채가 늘기 시작했다.
이달 2곳 이상의 신용평가기관에서 회사채 등급을 부여받은 캐피탈는 총 27곳으로, 그동안 BBB등급은 5곳(BBB+2곳, BBB 3곳)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탈사들의 성장을 이끌었던 부동산 금융과 투자금융 등 시장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캐피탈사들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