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비난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실형 선고 내릴 정도 아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관련…"시세조종 시도했으나 차익 추구 못해"
공동 피고인 대부분 집행유예…'전주 의혹' 김건희 언급도 빠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핵심' 이정필만 집행유예 없이 징역 2년
주가조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선고 과정에서 '전주 의혹'을 받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피고인 9명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 대해 "피고인 권오수는 최대 주주인데도 책임을 도외시한 채 자기 회사 시세조종 행위 주포 및 시세조종 주문을 했다. 계좌를 통해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며 "관여한 계좌로 매도 주문 및 매수 주문을 했고, 차액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큰 책임 있는데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을 포함한 공동 피고인들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피고인들의 행위는 시세조종 동기라는 목적이 있지만, 시세차익 추구라는 측면은 달성치 못하는 등 성공하지 못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된다. 시장 질서에 중대한 교란을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본시장법은 주식시장 공정성 및 유통 그리고 사회적 법익을 도모하는 법리다. 피고인들 행위가 비난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실형 선고를 내릴 정도는 아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권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공동 피고인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핵심으로 알려진 이정필 씨만 집행유예 없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다른 피고인 7명은 권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날 공판에서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동시에 이날 선고 공판에서 공동 피고인들이 유죄를 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한정됨에 따라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 요구가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선고 결과를 보고 (김건희) 특검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2012년 12월까지 '주가조작 선수'와 '부티크'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91명 명의의 157개 계좌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증권사 직원과 주가조작 선수들도 함께 기소됐다.
권 전 회장은 2008년 말 도이치모터스가 우회 상장한 후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에게 주가 부양 요구를 받자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통정매매·가장매매 등 부정한 수단을 동원해 2000원대 후반이었던 주가를 8000원까지 끌어 올렸다고 본다.
검찰은 작년 12월 16일 결심 공판에서 권 전 회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50억원을 구형했다. 아울러 81억여원의 추징 명령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