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연대 공동요구안에 공통급 10% 인상, 세전이익 20% 성과급 주장
삼성전자 노조도 주식 지급 및 각종 복리후생비 지원 요구
기술 투자에 갈길 먼데 노조 무리한 요구 부담…"현실적 수준에 머리 맞대야"
글로벌 수요 절벽으로 유례없는 혹한기를 겪고 있는 삼성이 노조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맞았다. 삼성 노조가 올해 교섭에서 세전이익 20% 성과급·자사주 53주 지급 등을 요구하며 회사를 연일 압박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침체 여파로 '어닝 쇼크'를 기록중인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DS) 부문에서만 조 단위 적자를 예고하고 있다. 활로 모색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같은 노조의 주장은 현실에서 한참 동떨어진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이하 삼성연대)는 지난 7일 '2023년 10대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삼성연대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삼성SDI울산노조 등 삼성 계열사 11개 조직으로 구성돼있다.
삼성연대의 올해 공동요구안에는 공통급 10% 인상,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 연장(만60세→만65세), 세전이익 20% OPI(성과인센티브) 지급 등이 담겨있다.
'더 오래 다니고, 더 많이 받게 해달라'로 요약되는 삼성연대의 요구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공동요구안은 2021년 5개에서 2022년 6개, 올해에는 10개로 증가했다.
지난해처럼 세전이익 20% OPI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및 정년 연장 등을 동일하게 요구하되 이재용 회장과의 단독 교섭, 대표이사 단체교섭 참석, 모회사-자회사간 동일처우 등을 새롭게 제시했다. 노조의 요구가 관철되기 위해서는 최종적인 책임 및 권한이 큰 경영자가 참석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노조의 요구는 회사의 경영현실과 상당히 동 떨어진 주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올해 반도체에만 조 단위 적자가 유력한 상황에서 꺼내든 노조의 청구서는 무리한 수준이라는게 중론이다.
삼성SDI의 지난해 연결 기준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이익은 약 2조6500억원이며 노조의 요구대로 20%를 전직원(1만386명)들에게 나눠준다고 가정할 경우, 1인당 약 5110만원을 지급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성과주의 기조에 따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는 맞지만,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은 역대급 보상을 약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 생존'이 경제계의 화두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수 천억원을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풀라는 요구는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각 사업부문별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동일한 성과급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는 것은 직원들간 반발을 사게될 수도 있다.
삼성연대 뿐 아니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도 올해 임금·복리후생 교섭안에서 각종 명목의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 53주 지급, 휴가비 200만원 지급, 20년 장기근속자 2000만원 상당 해외여행 제공 등이 대표적이다. 10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53주는 333만원으로, 다른 복리후생비용을 포함하면 많게는 1000만원의 혜택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를 비롯해 삼성 내 노조들이 다소 무리한 교섭안을 내걸고 있는 것은 존재감을 부각시켜 더 많은 노조원을 끌어들이고, 나아가 회사와의 교섭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노조가 쟁의권 확보를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를 신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노조 구성원들의 규모가 커질수록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이같은 기조가 현실화되면 노조 성격은 강성으로 짙어지고,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쟁의행위가 잦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배터리를 중심으로 초격차 기술 개발과 투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 속 삼성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면 노조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노조는 과도한 임금 및 지나친 경영개입을 자제하고 회사는 최대한 가능한 지원책으로 합의를 이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