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담비 등 멸종위기종 서식 악영향
환경과학원·생태원·공원공단도 ‘부적절’
원주지방환경청 결정에 영향 미칠 듯
강원지역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환경관련 기관들이 잇달아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KEI는 “설악산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는 내용으로 최종의견을 밝혔다.
KEI는 “사업자(양양군) 측이 제시한 보전대책으로는 자연환경의 최우선 보전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저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연의 원형이 최우선으로 유지·보전돼야 하는 공간에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삭도(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KEI는 “삭도 설치에 대한 핵심 쟁점 사안인 산양 서식에 미치는 영향, 법정 보호 희귀식물 이식 및 보전방안,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 훼손 등에 대해 사업자 측이 제시한 보전대책으로는 자연환경의 최우선 보전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저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KEI뿐만 아니라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환경부 산하·소속기관에서도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상부 정류장 구역 등에서 담비와 삵, 산양의 서식흔이 확인됐다며 “공사 때 소음에 의한 서식 환경 영향은 명확할 것이고, 운영 때 상부정류장은 자연 상태의 산림생태계 내부에서도 밀도 높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간섭이 유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상부정류장 구역설정은 산양 서식지 핵심구역을 포함하지 않는 범위로 계획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국립생태원은 “영향이 예상되는 법정보호종과 관련해 저감방안이 대체로 미흡하다”며 “법정보호종별 특이적인 습성과 서식 실태, 사업지구 환경 조건 등을 종합 검토한 후 적극적인 저저감 대책을 수립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삭도 시설물 설치 공사나 삭도 이용 등 인위적인 간섭으로 산양, 담비 등 야생동물 서식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훼손지 복원이나 수목 식재 등 방법으로 야생동물의 자연적 재유입에 적합한 환경 조성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쟁점 중 하나가 산양 등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이다. 그동안 양양군은 “삭도 설치 때 산양이 주변 지역으로 회피가 가능할 것”이라며 산양 서식지이긴 하지만 생물 교랸 영향은 적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양군은 환경부가 요청한 사업 재보완서를 제출하면서 “멸종위기종의 추가 현지 조사 결과 상부 정류장 구역과 북측능선부에서 담비·삵의 다수 서식흔과 상부 정류장에서 산양의 집중적 서식흔이 확인됐다”면서도 “사업노선은 법정보호종의 번식 및 상시 서식하는 주요 서식처보다는 이동로와 먹이섭식처로 이용되는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케이블카 설치 구간이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라기보다 이동통로라는 의미다.
이에 KEI는 “종분포모델링(MaxEnt) 모의 결과 서식 적합도가 0.8 이상인 것으로 확인돼 삭도 설치 때 산양의 서식·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서식 적합도 0.8 이상은 최고 등급(1등급)을 의미한다.
KEI는 “산양의 서식지 적합도가 높은 공간에 시설물이 설치될 경우 산양 서식 및 번식에 큰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외부 기관 의견을 모두 접수한 만큼 조만간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지난 2016년 양양군이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환경부는 1차례 보완을 요청했고, 이후 2019년 부동의, 즉 케이블카 설치 불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2020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으로 재평가 절차를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