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영사 축사 통해 "YS 정신 이어받아 3대 개혁 추진"
與 지도부·당권주자 총출동…민주에선 '부산' 박재호만 참석
김현철 "극단적 진영 대결로 내전 상태…유언, 통합과 화합"
'상도동계 막내' 정병국 "통합의 정치인 YS, 참 많이 그립다"
24일 '문민정부 출범 30주년 기념식'이 열린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도서관에 상도동계가 집결했다. 가신부터 당료 그룹까지 한자리에 모여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통합과 화합', '변화와 개혁'의 정신을 되새기며 계승을 강조했다.
'변화와 개혁 신한국 창조 김영삼'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국민의힘에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당권주자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박재호 의원이 유일하게 얼굴을 비췄다. '원조 친노(친노무현)'로 통하는 박 의원은 YS정부 청와대에서 인사재무비서관 등을 지냈던 만큼, 행사장 입구에서 손님을 일일이 친철하게 맞이하기도 했다.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실에선 이진복 정무수석이 자리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김형오 전 국회의장,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모습도 보였다.
대표적인 상도동계 멤버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상도동계 막내 격인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각범 전 정책기획수석 등도 참석했다.
다만 'YS의 정치적 아들'을 자임하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상도동계 핵심으로 YS 최측근이었던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이사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냈다. 평소 두 사람은 YS 관련 행사라면, 빠지지 않고 참석했었다.
행사장 양쪽 벽면에는 YS의 좌우명인 '대도무문(大道無門·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과 주요 어록인 '닭의 목을 비틀지라도 민주주의의 새벽은 오고 있습니다', '정치는 길고 정권은 짧다', '공직자가 명예와 부를 함께 가지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영상 축사를 통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하나회 청산 등 어려운 개혁을 담대히 해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킨 그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번영을 이끌어온 자유민주주의를 더욱 확고히 세우고,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길이지만, 역사의 갈림길에서 늘 변화와 개혁의 길을 걸었던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 가겠다"며 "거산의 큰 정치, 바른 정치를 되새기겠다"고 했다.
김현철 재단법인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는 극심한 좌우 대립과 극단적 진영 대결로 거의 내전 상태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하셨던 것처럼 아버님께서 남긴 유언이 바로 통합과 화합이었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축사를 통해 "1993년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으로 일하던 1993년 8월 12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김 전 대통령은 그날 저녁 '이 시간 이후로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뤄집니다'라고 전격적인 금융실명제를 선언했다"며 "엄청난 충격과 함께 모든 분야를 바꿔놓았다. 건강한 민주주의와 정의 실현, 사회적 도덕성이 이를 통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었고, 대한민국 선진화 초석이 됐다"고 했다.
YS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경제·안보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대내외적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는 어려운 시기에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골은 깊게 패어있다"며 "김 전 대통령의 통합과 개혁의 리더십을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 사회를 본 정병국 전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은 이 시대가 두려워할 만한 '통합의 정치인'이었다"며 "참으로 많이 그립다"고 했다. 현재 정 전 장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은 불가능해보였던 신한국의 소명을 정의와 화해의 이름으로 완수했다"며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공직자 재산 공개, 역사 바로 세우기 등 김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완수하지 못했을 위대한 업적 바탕 위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는 지금 시대정신인 공정·정의를 바로 세우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정치부 기자일 때 상도동 자택에서 (김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가 직접 끓여주신 시래기국과 김치, 거제에서 올라온 생선 한 토막을 아침 식사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회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