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란 여학교에 연쇄 독극물 테러…“여학교 폐쇄 노린 듯”


입력 2023.02.27 21:19 수정 2023.02.27 21:20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지난 7일(현지시간) 이란 성지 도시 쿰에서 시민들이 모스크 앞을 지나가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란의 주요 도시에서 여학생만을 노린 독극물 테러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이란 여성이 의문사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시점에 이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160km쯤 떨어진 이란 중북부 도시 쿰에서 시작돼 수도 테헤란 등 다른 지역에까지 번진 이 사건의 피해자는 200명이 넘는다. 유네스 파나히 이란 보건부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쿰 등에 소재한 여러 학교에서 (독성물질) 중독 사건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 특히 여학교의 폐쇄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테러엔 '화합물'이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테러에 쓰인 화합물이 치명적이진 않았던 탓에 피해 학생들 대부분은 치료가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쇄 독극물 테러는 3개월 전쯤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30일 이슬람 시아파 성지 가운데 한 곳이자 신학교가 있는 종교도시 쿰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 18명이 두통과 메스꺼움, 호흡곤란 등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로부터 2주 후, 같은 학교에서 학생 50여 명이 또다시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


이 같은 사건은 수도 테헤란과 아르데빌, 보루제르드 등으로 확산됐다. 쿰을 포함해 4개 도시의 14개 학교에서 발생한 독극물 테러의 피해자는 2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한 피해 학생은 "귤과 비슷한 냄새를 교실에서 맡고 메스꺼움 등이 몰려 왔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구금돼 끝내 숨진 여성 마흐사 아미니(22)의 사건 이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시점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배후는 불분명하지만, 인접국인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여성교육 금지' 정책에 영향을 받은 광신도의 소행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여성 인권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성을 차별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나피세 모라디 알자흐라대 연구원은 “탈레반의 여학생 교육금지를 본 쿰의 광신적 집단들이 여학생을 집에 가두려는 목적으로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란 의회 보건위원회 소속 호마윤 사메 나자파바디 역시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의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