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중단됐던 서울 세계불꽃축제가 지난해 3년 만에 다시 개최되면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위 호프 어게인’(We Hope Again)을 주제로 오후 7시 20분에 시작돼 약 1시간 10분가량 진행된 이 축제에는 약 105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특히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이후 개최된 축제였던 만큼 대규모 인원이 서울 하늘을 수놓는 총 10만여 발의 폭죽을 자유롭게 즐겼다.
그러나 오랜만에 열려 반가웠던 축제의 여운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씁쓸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시민들이 빠져나간 여의도한강공원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던 것. 먹다 남은 음식과 맥주캔, 음료 페트병이 한데 모여 나뒹구는 등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관람객이 집중됐던 여의도·이촌 한강공원의 쓰레기 수거량은 50t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면서 다인원이 모이는 야외 축제들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일정 기간 지역 주민 또는 지역 단체, 지방 정부가 개최하는 지역 축제의 숫자는 113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 940여 개의 축제가 계획된 것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숫자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는 일부 축제들은 온라인으로, 또는 규모를 줄여 개최했다면, 올해에는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함께 모여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 또한 한층 고조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최근 환경오염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축제들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먹고, 마시며 즐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부터 보기에는 예쁘지만, 환경오염 우려가 큰 불꽃놀이까지. 축제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전북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쓰레기 없는 축제를 위한 시민공동행동’은 가맥축제 모니터링 보고서를 내고 전주 가맥축제의 축제 방식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가한 바 있다.
‘쓰레기 없는 축제를 위한 시민공동행동’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1일에서 13일 열린 전주 가맥축제에는 약 4만 명이 방문했고, 4만 8000여 병의 맥주가 팔렸다. 이 과정에서 방문객 1인당 2.5~3.5개의 일회용품을 사용해 축제 기간에 최대 14만 개의 일회용품 쓰레기를 배출했다는 것이다.
한국치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서도 약 60t의 쓰레기가 발생했고, 이는 지난 9년간 열린 치맥 페스티벌에서 배출된 쓰레기 발생량 중 가장 많은 양이었다. ‘쓰레기 없는 축제를 위한 시민공동행동’은 무엇보다 이들 쓰레기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라스틱 컵, 소스·안주를 담는 용기, 양념통 등은 세척해도 재활용이 어려운 것들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축제 관계자에 따르면 약 3000명 정도 방문하는 축제에서는 100L 종량제 봉투만 100여 개가 쌓이곤 한다. 치맥 페스티벌, 가맥 축제와 같은 먹거리 축제에서는 이 양이 더욱 늘어난다. 이에 각 축제 관계자들이 달라진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노력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축제는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존폐의 위기에까지 몰렸었던 축제들은 이제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받아 든 셈이다.
한 축제 기획사 관계자는 “친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축제들이 생존에 몰두한 경향이 있다. 또 그 시기에는 환경보다는 방역에 초점이 맞춰져 관련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 마스크나 일회용품 사용이 오히려 권장되는 시기였지 않나”라며 “이제 막 ‘어떻게 하면 좀 더 환경에 도움이 되는 축제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인 것 같다. 달라져야 한다는 것엔 모두가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