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3조3천억 감소
금리 상승에 수요 위축
5대 지방은행의 자유입출식통장 등 핵심예금에서 1년 새 3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 한 해 동안 이어진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자 매력이 높아진 정기 예·적금에 자금이 집중된 영향이다.
특히 높은 이율의 파킹통장과 만기가 짧은 정기 예금 상품 등도 등장하면서 자금 이탈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한동안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경쟁력 확보에 대한 지방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지방은행(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의 핵심예금은 66조5251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8%(3조3256억원) 감소했다. 2020년에 한 해 동안 8조원 이상 불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핵심예금은 은행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저원가성예금으로도 불린다. 금리가 연 0.1% 수준에 불과하며, 보통예금·당좌예금·저축예금 등이 포함된다. 핵심예금의 경우 은행들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적기 때문에 수익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광주은행의 핵심예금 감소가 가장 컸다. 광주은행의 지난해 말 핵심예금 잔액은 9조783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3%나 빠졌다. 이중 저축예금이 1조585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6.3% 빠지면서 감소 폭이 컸다.
같은 기간 전북은행의 핵심예금도 5조5940억원으로 10.0% 감소했다. 전북은행 역시 저축예금이 2조9784억원으로 16.6% 줄면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핵심예금도 21조2217억원으로 4.2% 감소했다. 부산은행도 18조2131억원으로 3.3% 줄었다. 지방은행 가운데 경남은행만 11조7128억원으로 3.0% 증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위험자산선호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증시에 투입됐던 자금이 안정적이면서 이율도 높아진 정기 예·적금으로 집중된 것이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25.2%, 34.6%씩 하락했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금리는 지난해 말 기준 4%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높은 이율의 파킹통장을 선보이며 대기성 자금을 흡수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지급하는 파킹통장 금리가 2%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현재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대표 파킹통장 이율 각각 연 2.7%, 연 2.6%, 연 2.3% 수준이다.
아울러 은행들이 최근 1개월 만기 등 초단기 예금 상품도 선보이고 있는 점도 위협 요인이 될 전망이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초단기 예금 상품 이율도 2%대 후반에서 3%대로 비교적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정기 예금으로 자금을 옮기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요구불계좌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있다"며 "요즘에는 만기가 짧은 정기 예금 상품도 출시되고 있어서 단기로 자금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요구불계좌에 둘 유인이 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