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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넘쳐도 고민…삼성 투자금 늘릴까


입력 2023.03.19 06:00 수정 2023.03.19 06:0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가·건축비용 상승세 지속

올 상반기 DS 부문 7~8조 적자로 추가 투자 고민될 듯

110조 실탄은 해외법인 쏠려…국내 자회사 우선순위 전망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삼성전자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삼성전자

업황 불황에도 흔들림 없는 투자를 예고한 삼성전자가 난관에 봉착했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시설투자비용이 예상 보다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그간 40~50조원대 영업이익을 내고 설비투자에 비슷한 자금을 투입해온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DS) 대규모 적자로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20조원) 등 자금사정이 탄탄한 계열사를 우선순위에 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9일 업계 및 외신 등 따르면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비가 당초 예상액인 80억 달러(10조5500억원)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건설비용이 당초 170억 달러(22조3000억원)에서 250억 달러(32조8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1년 11월 삼성의 테일러 공장 발표 이후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건설비용이 증가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된 인플레이션 기조로 인건비, 건축자재비용이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황 불황에도 흔들림 없는 투자를 내세운 삼성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수준의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지난 1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은 "CAPEX(설비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배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15일 정기주총에서도 "요소 기술 등 기술 리더십을 위한 R&D(연구개발) 투자는 계획대로 추진하고 설비투자는 시황 변동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클린룸 확보 및 미래 대응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반도체 시황이 업턴(상승국면)과 다운턴(하강국면)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시설투자 금액을 꾸준히 늘려왔다.


설비투자 규모는 2020년 38조5000억원, 2021년 48조2000억원, 2022년 53조1000억원으로 이중 반도체는 32조9000억원, 43조6000억원, 47조9000억원으로 90%를 차지한다.


이 기간 연간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35조9939억원, 51조6339억원, 43조3766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영업이익 수준에 버금가는 투자를 집행해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반도체 설비투자는 47조원으로 전체 연간 영업이익(43조원)을 5조원 상회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며 현장 관계자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올해도 작년 수준의 투자를 예고한만큼 최소 40조원 이상이 반도체 부문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자재, 건설비용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는 것과 달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시황 부진으로 수 조원대 영업적자가 예상돼 괴리가 크다.


증권가에서는 연간 반도체 부문 영업적자가 7~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24조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올해 이 정도로 떨어진다면 1년간 30조원 가량의 마이너스가 발생하게 된다.


유진투자증권은 "반도체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줄이고 재고평가 손실도 반영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고정비 부담이 더 높아져 칩당 원가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도체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깊은 적자의 골짜기를 건너야만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규모만큼이나 막대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미국, 중국 등 해외법인에 쏠려 있어 자금을 조달하려면 관련부처 및 은행 승인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110조원이 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삼성일렉트로닉스 아메리카(SEA), 삼성 싱가포르법인 SAPL, 삼성전자 시안법인(SCS) 등 각국 해외법인이 나눠 보유하고 있어 국내로 조달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 규모의 차입금을 빌리기로 했다. 기간은 올해부터 2025년 8월까지로, 대부분을 반도체 투자금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57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5조9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고 또 삼성전자의 자회사라는 특성을 고려해 최우선순위로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달러 강세, 건축자재가 상승으로 국내외 설비 투자 규모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어 추가 조달 방안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 공장만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기조가 지속되는 한 10조원을 크게 웃돌 수 있다.


반도체 관련 이미지.ⓒ픽사베이

고정비가 증가할수록 투자금 회수 기간은 늘어난다. 미국 반도체법으로 보조금을 받더라도 최대 25억5000만 달러(3조3600억원)여서 한계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300조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 건설을 결정할정도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무게추가 비용절감 보다는 투자확대에 쏠려있는 만큼, 설비투자 축소 및 기간 연장 보다는 차입금 조달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외 법인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것은 시장당국 승인 등 복잡한 내부 프로세스가 요구돼 가급적 우량 자회사의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외부 기관을 통해 차입금을 조달하는 방안은 금융·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은데다, 시장 안팎에도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확률이 높다"면서 "투자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투자 규모·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면 내부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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