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김진표 국회의장 방문한 金
"일방통행식 처리 자제해 여야 균형추 맞춰야"
이정미 정의당 대표에겐 '의원 특권' 내려놓기
제안…"특권에 숨는 관행 규탄에 보조 맞춰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진표 국회의장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연이어 회동하면서 국회 협치에 대한 예열에 나섰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연대와 포용의 장을 미리 넓혀놓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만큼 김 대표는 김 의장과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 '협치'를 수차례 강조하며 국민 앞에 떳떳한 정치를 하자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당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김 의장을 예방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중재 역할을 부탁했다. 김 대표는 김 의장에게 "무엇보다 의장께서 의회주의자로 평생 살아온 만큼 역할을 잘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의장께서 잘 맞춰서 서로 다른 의견들을 절충해서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의장은 김 대표에게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캐치프레이즈로 해서 큰 지지를 받고 선출됐다. 우리 국회에 필요한 게 바로 연대와 포용"이라며 "현재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립과 갈등이 무척 증폭된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하는 데 아마 300명 국회의원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김 대표가 오랜 경험을 통해 갖춘 의회주의자 면모와 책임감으로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김 의장은 지난 15일 김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한 사실을 언급하며 "당 지도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야당 설득이고, 이 대표와 필요하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놓고라도 민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야당을 챙기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주셨다"며 "저 뿐만 아니라 여소야대 정국에서 갈등이 증폭되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국회의원들이 다 공감할 내용이다. 앞으로 김 대표가 야당 대표하고도 저하고도 자주 만나고, 보고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현재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각의 우려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다 해서 일방통행식 처리는 자제돼야 할 뿐만 아니라 균형추를 맞추는 것이 국회를 위해서도,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여야 대립과 갈등이 너무 격화됐다는 우려가 있다. 앞으로 여러 가치와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 있지만 국민 행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인식이 많으면 연대·포용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의장은 "여야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부닥쳤는데 그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야당 사상 최소의 표차로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는데,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으로서 국회를 어떻게 이끌고 가야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없다"며 "저도 원내대표 할 때 80석이 갓 넘는 소수여당 원내대표를 했다. (당시) 적극적으로 야당을 설득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그런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민생 문제는 서로 합의해서 해결하는 게 여야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정치 불신을 없애는 길"이라며 "여야가 국회에서 사사건건 시비하고 충돌하는 정치가 되면 안 된다. 더 적극적으로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잘 이뤄지도록 노력할 테니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곧바로 국회 본관 정의당 대표실에서 이정미 대표와 만나 국회의원 특권을 악용하는 잘못된 관행 시정을 골자로 한 협치를 제안했다. 김 대표는 "국회가 각종 특권 내려놓기에 대해 말로만 하면서 나는 제외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 당과 정의당이 같은 생각으로 특권 뒤에 숨는 관행이 잘못됐다고 규탄하는데 보조를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김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더 이상 특권을 가진 상태로 갈 게 아니라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공격을 많이 받고 어려움을 가지면서 꿋꿋 가고 있다"며 "우리가 여당이기는 하지만 소수당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윤 대통령이 탄생한 건 국민께서 이런저런 정책을 펼치라고 공약과 가치 지향점을 찍어주신 만큼 잘 구현할 수 있도록 정의당이 적극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면 감사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대표는 "특권 내려놓기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상대 당에 대한 도륙의 수단이 아니라 정의당은 정의당, 민주당은 민주당, 국민의힘은 국민의힘 자신에게 특권을 내려놓을 자신이 있는지 함께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국민들은 아무리 정쟁한다 해도 내 삶과 상관없는 정치가 싸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피로감이 극도에 달해있다"며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정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낙담하지 않을 정치를 만들기 위해 정의당은 노력해 왔고, 국민의힘도 그런 결심이 선다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노란봉투법 처리 및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등 노동문제 해결 ▲한일 정상회담 후속대책 마련 ▲대표성·비례성 강화 선거제 개혁 등을 협치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대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심각한데, 한두 가지 해법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우리 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이 첫 발걸음을 떼는 일이 될 것이다. 파업을 일상화하자는 게 아니라 하청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며 "국회 선거제 개혁이 20대 국회 실패처럼 끝나지 않도록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합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