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관계회복…소부장 규제 해제
尹 “용인반도체단지 日 소부장 유치”
규제 풀었지만, 국내 소부장 지원 必
관계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반도체 분야 협력을 연일 강조하면서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이 대거 유치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 이후 자립화로 경쟁력을 키웠던 국내 소부장 업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 소부장 종합포털 ‘소부장넷’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소부장 수입비중은 15.1%로 2018년(18.2%)대비 3.1%p 줄었다. 이는 2012년 일본산 소부장 수입비중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다.
지난해 대일본 소부장 수입의존도는 15.0%로 2018년(18.3%)대비 3.3%p 하락했다. 다만 수입액은 2018년 381억 달러에서 지난해 395억 달러로 늘었다.
소부장 산업이 국산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부터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일본 기업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리자 이듬해 7월 소부장 일부 품목을 특별일반포괄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변경해 수출규제를 가했다.
이에 당시 정부는 즉각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 육성과 국산화를 추진했다. 소부장 경쟁력위원회를 발족하고, 소부장 특별회계를 신설,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등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수입액에서 일본 비중은 2018년 32.6%에서 지난해 21.9%에서 10.7%p 떨어졌다. 반도체 관련 소부장 수입액은 일본산 비중은 같은 기간 34.4%에서 24.9%로 9.5%p 감소했다.
수치상으로는 국산화에 다가섰음에도 일부 핵심 소부장은 일본 말고 대체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웨이퍼 코팅제 90%, 포토레지스트 79%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산 비중이 94%에 달해, 수입 없이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한일 양국 관계가 급격히 호전되면서 소부장 산업 생태계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열린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한일 양국 기업 간 공급망 협력이 가시화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을 대거 유치해 세계 최고 반도체 첨단 혁신기지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4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양국 공동 이익이 되는 신산업·공동투자·공급망 등 분야 협력을 지원하겠다”며 “용인에 조성될 반도체 클러스터에 관계부처 협의체를 가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출규제 해제로 소부장 시장에 부는 변화 바람은 국산화를 추진해 온 입장에서는 우려가, 기술력이 모자라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던 부분에서는 기대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소부장 기업 유치에 힘을 싣는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우 정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종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중간재의 경쟁력을 계속 강화하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본은 중간재가 강하다 보니 협력을 통해 우리가 생산성을 높여서 최종재를 만들어 우리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과 무역 충돌이 있을 때 어렵더라도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자립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며 “이번 관계 개선으로 대일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로 돌아간다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장기적 효과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