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용인 오토허브에 '인증중고차 상품화단지' 구축
"판매영업 안하고 진단, 수리, 상품화, 보관 등 용도"
중고차업계 "판매 안할거면 왜 전시시설 입주…고객유출 불가피"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사업 개시를 앞두고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영업을 해온 중고차 매매단지에 입주를 추진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 자체는 이미 합의된 부분이고 유예기간도 끝난 만큼 감수하겠지만, 기존 영세 사업자들의 영업에 지장을 주는 중고차 매매단지 입주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경기도 용인시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에 입주 계약을 했다. 오는 7월부터 입주 예정으로, 계약 기간은 10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오픈한 오토허브는 신동해그룹이 운영하는 중고차매매단지로, 지상 4층, 지하 4층 구조에 전체 면적이 17만5676㎡(5만3142평)에 달한다. 실내에만 8000대 이상의 차량 전시가 가능한 대규모 단지다. 향후 2차 증축사업 및 야외전시장 조성을 통해 전시 규모를 1만8000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현대차는 오토허브에 약 1만㎡ 규모를 임대해 ‘인증중고차 상품화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상품화센터는 차량 진단 및 정비공장을 갖추고 매집된 중고차의 정비 및 내외관 개선을 통해 상품성을 높이는 곳이다.
현대차는 현재 경남 양산에 중고차 전시장과 진단 및 정비공장 등이 포함된 2만9700㎡ 규모의 상품화센터를 건설 중이지만, 소비자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도 별개의 시설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오토허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용인 오토허브는 경부고속도로 신갈 IC 바로 옆에 위치해 수도권 각지로 인증중고차를 배송하는데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곳에 입주한 영세 중고차업체들이 현대차의 입주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오토허브에는 약 70곳의 영세 매매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대차가 오토허브에 입주할 경우 영세 매매업체들이 고객유출 등으로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고차 업종 단체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14일 현대차의 오토허브 입주에 대해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기존 골목상권을 손쉽게 잠식하려는 전형적인 불공정 영업 행위”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경기자동차매매사업조합 용인시 지부와 오토허브 입주자 협의회 회원사들도 오토허브 앞 도로에서 현대차의 입주에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굳이 ‘상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같은 업종의 경쟁사가 입주할 때는 기존 상권의 양해를 구하거나 침해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라며 “기존 매매업자들은 ‘과연 내가 대기업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용인 상품화센터가 말 그대로 ‘매집된 차량을 상품화하는 곳’으로, 중고차 판매와는 무관한 만큼, 오토허브에 입주한 영세 중고차 업체들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고차 판매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할 예정으로, 오토허브에서 직접 중고차 판매나 영업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온라인으로 판매하더라도 매집된 차량의 품질을 검사하고 내외관을 손봐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니 오토허브 입주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로 치면 생산공장과 차량 적치 공간의 기능을 하는 곳인 만큼 중고차를 판매하는 영세 사업자들에게 영향을 줄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것 자체를 보장할 수 없는 데다, 설령 직접 영업을 안해도 현대차가 입주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고객 유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해성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오로지 상품화를 하는 게 목적이라면 단독 시설을 만들 것이지 굳이 매매단지로 들어올 이유가 있느냐”면서 “전시시설로 들어와 판매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 국장은 이어 “요즘은 영세 사업자들도 대부분 온라인 영업을 한다.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 와서 고르는 시대가 아니다”면서 “현대차가 영업을 하건 안하건 매매단지 안에 들어와 있으면 현대차 간판이 붙을 것이고, 영세 중고차 업체의 온라인 영업을 통해 차를 사러 왔던 고객이 막상 대기업 간판을 보면 그쪽으로 마음을 바꾸는 경우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용인 오토허브 및 양산 상품화센터 외에도 전국 각지에 상품화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라 앞으로 중고차 업계와의 갈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나 기아, 쌍용차 등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양산 상품화센터와 같은 단독 시설을 전국 각지에 만들기에는 비용 부담도 크고 입지도 마땅치 않을 것”이라며 “결국 교통이 편리하고 인프라도 구축된 기존 중고차매매단지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을 텐데, 중고차 업계와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