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5·키움)가 연장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팀에 극적인 승리를 안겼다.
이정후는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전에서 0-0 맞선 10회말 1사 1루에서 끝내기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김대유(KIA)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 높은 커브에 크게 헛스윙 했다. ‘타격 5관왕’ 이정후답지 않은 스윙으로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앞선 타석에서도 안타가 없던 상태라 기대치가 떨어질 수도 있었다.
이정후는 이정후였다.
볼카운트 2B2S에서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자 부드러우면서도 큰 스윙으로 강타해 직선에 가까운 궤적으로 우측 담장 넘어가는 타구를 날렸다. 지난 2020년 8월 12일 고척 한화전 이후 약 1000일 만에 개인 통산 2호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이정후는 동료들의 '물세례' 축하를 받으며 홈을 밟았다. 고척돔은 순간 열광에 빠졌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이자 ‘타격 5관왕’에 오른 이정후는 올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한 KBO리그 최정상급 타자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이정후 타격에 대한 걱정’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개막 초반 1할대 타율에 허덕였다. 2017시즌 데뷔한 이정후는 이전 시즌 같은 시기에도 타율 3할 내외를 찍었다. 이전과 같은 확실한 스트라이크존 설정이나 탁월한 콘텍트 능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데뷔 후 가장 저조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끝내기 홈런 전까지도 이날 경기에서 안타 없이 2할대 초반 타율에 그쳤다.
일부 전문가들은 “MLB 진출을 노리는 이정후가 강속구 투수들과의 맞대결을 대비하기 위한 타격 폼을 약간 수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강한 타구를 쳐도 잡히는 경우가 많았고, 투수들도 적극적인 승부를 피했다. 이날도 고의사구로 출루했다. 그러면서도 이정후는 시즌 전부터 준비해왔던 타격을 리그에서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 와중에 이날 끝내기 홈런을 때린 뒤 야구팬들이 가장 바랐던 말이 이정후 입에서 나왔다. 이정후는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팀이 이겨 정말 기쁘다. 올해 처음으로 내가 원했던 스윙까지 나와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스윙에 만족을 느꼈다는 것은 반등의 신호탄을 기대할 수 있다. 본래 이정후 궤도로 진입이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홈런 하나로 이정후가 살아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준비해왔던 타격을 흔들림 없이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만족스러운 스윙으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