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최측근 "韓, 러시아 최신 무기
북한 손에 있을 때 뭐라 할 건가"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상호주의 차원에서 자국 신무기를 북한에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까지 밝힌 만큼, 사사건건 러시아를 두둔해 온 북한에 '초대형 콩고물'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20일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발언에 대한 언론 논평 요청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무기 공급은 어느 나라가 행하든 노골적인 반러 적대행동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전쟁법 중대 위반 사안 등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할 경우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3가지 조건을 걸고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지만, 해당 조건이 이미 '충족'됐다는 게 국제사회 평가인 만큼, 윤 대통령이 사실상 살상무기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국을 겨냥해 "양자 관계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해당국의 구체적 안보 이익을 건드리는 문제들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 결정에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우 한반도 문제 해결 입장에 관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러시아 공조를 기대치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맞대응' 차원의 대북 신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기도 하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전날 "윤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며 "그 나라 국민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우리의 파트너인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그들 말대로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주고받는 대가)"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례로 최근 북한 당국이 11년에 걸쳐 개발 중이라고 밝힌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은 러시아 핵어뢰 '포세이돈'과 유사한 형태를 띤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북한과 러시아가 미국 견제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군사협력이 깊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마지막 문턱'으로 평가되는 다탄두 기술, 재진입 기술 등을 러시아가 귀띔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지원을 했기 때문에 러시아도 북한에 반대급부를 줘야 할 것"이라며 "재진입 기술을 러시아가 가지고 있다. 북한이 무기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러시아가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미 억지력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에 대한 러시아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체제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SLBM 전력을 안정화하는 데 북러관계를 활용하고 싶을 것"이라며 "미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듯 '러시아는 왜 우리(북한)한테 그렇게 못 해주나'라는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