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의견 수렴 절차 없이 강행해 비판 커져
이원욱 "쪼그라든 민주당 이제 그만하자"
당 청년들도 "최악의 타이밍에 복당 허용"
민주당내 '양심 세력', 동요 속 자극 받을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꼼수 탈당' 논란을 일으킨 민형배 의원 복당을 전격 강행 처리하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질 조짐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지금 꼭 강행했어야 됐느냐는 불만이 수면 위로 표출되고 있어서다.
당 지도부는 "당내에 민 의원 복당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의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7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전날 민 의원의 복당을 의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 의원 복당 의결 배경에 대해 "유례없는 집권 세력의 몽니에 민 의원은 불가피하게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다"며 "이제는 국민과 당원께 양해를 구하고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민 의원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 당내 의견 수렴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본지에 "당 소속 의원들은 민 의원이 검수완박을 위해 희생했다는 생각을 대체적으로 하고 있고, 이에 따라 복당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미 당내에 민 의원 복당 찬성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민 의원 복당과 관련한 당내 반발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당내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가) 최소한의 논의조차 없이 민 의원 복당을 추진했다"라며 "책임있는 태도라는 설명도 붙였다. 무엇에 대한 책임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원욱 의원은 "도덕적·정치적·법률적, 이 세 영역에서 정치인이 더욱 무겁게 가져야 할 책임은 도덕적·정치적 책임"이라며 "명분없는 복당은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책임 면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의원들과의 논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할 그리 간단한 사안이라면 지금까지 복당을 미룬 이유가 무엇이냐"며 "원내대표 피날레를 위한 이벤트가 필요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2023년 부끄러운 민주당의 자화상 앞에서 역시 책임없는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식 정치로 국격을 낮추고 국민생명을 위협한다. 그 비상식 앞에서 국민은 부끄럽다"라며 "민주당의 긍지도 추락했다. 민주당이라도 상식을 갖고 정치하는 정당이어야 한다. 쪼그라든 민주당, 이제 그만하자"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꼼수탈당, 참 부끄러운 짓인데 복당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라며 "돈봉투 사건으로 당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추악한 오물을 뒤집어쓴 느낌"이라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복당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본다"면서도 헌법재판소가 민 의원의 탈당을 통한 입법으로 인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절차적 문제를 제기한 만큼, 이에 대한 사과는 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다른 방식으로 유감 표명하고 이랬다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는데, 헌재 판결로 절차에 문제제기를 받은 사건인데 그러면 다 아는 사과를 이미 했어야 한다"며 "더 명시적이고 분명하고 당당한 사과하는 게 뭐가 어렵나. 사과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면 신뢰가 생기지만, 어물쩍 넘어가면 국민들에게 청구서가 날아온다"고 우려했다.
당 청년들도 비판 대열에 섰다. 이동학 전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최악의 타이밍에 복당 요청 허용(을 했고), 초유의 사태에도 적극 조치가 없다"며 "중단된 당 혁신을 국민이 지켜본다"고 했다.
성치훈 정책위원회 부의장도 "민 의원의 복당을 처리하며 원내대표의 형식상의 유감표명만 있었을 뿐 우리 당은 헌재가 지적한 실수에 대한 당시 책임당사자들의 근본적인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끝끝내 하지 않았다"라며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정치,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면서 더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정치가 1류 정치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돈봉투 의혹·민형배 복당 등 비판 여론 상당
'쌍특검' 패스트트랙 의결에 영향 미칠 수도
총선 앞두고 '거대 야당 입법 폭주' 우려
이러한 심상치 않은 당내 반발이 이날 본회의에서 예정된 이른바 '쌍특검' 패스트트랙 지정 의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돈봉투 의혹과 민 의원 복당 문제와 관련한 여론이 좋지 않은데,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 프레임까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민주당 169명과 정의당 6명,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 5명과 기본소득당 1명, 진보당 1명을 더하면 182명인 상황이다. 당 지도부는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모두 출석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혹시나 겹겹이 쌓인 부정 여론을 우려한 일부가 이탈할 수 있어 긴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러한 당내 분위기에 대한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헌재 최종 판결도 났고 또 3기 원내대표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과정이어서 여러 가지 절차상에 일부 우려는 있었다"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 또 (박 원내대표가) 충분히 유감 표명도 하면서 잘 마무리하고 수습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