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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정계복귀 기반 확보…비명계 결집 신호탄 [野 박광온 시대 ②]


입력 2023.04.30 08:00 수정 2023.05.01 09:12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박광온, 과반 득표 승리에 비명 결집력 확인

'이재명 체제' 견제 위해 '새 인물론'도 등장

신간발표·싱크탱크 재개 등 이낙연 역할론

재부상…'비명계 재결집' 여부에 시선 집중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광온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8일 박광온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자마자 각 언론은 박 원내대표 앞에 '비명(비이재명)계'와 '친낙(친이낙연)계'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박 원내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았던데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홍근 전 원내대표와 '친명'대 '비명'의 구도를 형성해 3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던 만큼 어느 정도의 계파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듯 박 원내대표도 취임 일성으로 "우리 당 상황에서 친명·비명을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당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원내지도부가 긴밀하게 원활하게 함께 일을 해낼 수 있는 좋은 관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로 오히려 향후 당내 계파 구도가 뚜렷하게 갈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유일한 '비명'계로 출마해 홍익표·김두관·박범계 의원을 일거에 꺾은 것이 비명계 결집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당내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단 얘기가 나온다. 이전까진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강한 야당이란 단일대오가 가능했다면, 이번 선거를 통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인해 불거진 현 당 지도부에 대한 불안감이 변화를 갈망하는 목소리로 바뀌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1차에서 박광온 의원이 과반을 넘긴 것만 봐도 당내에서 압도적인 변화의 기류는 분명하다"며 "원내대표라는 자리가 당의 전체적인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인 만큼 추후 어떤 메시지들을 내느냐가 당내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년 총선이 가까워지는데 살아남아야 하는 계파색 옅은 의원들이 '친명 일색'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재명 대표를 향한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는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명계 원내대표에게 몰표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결집력을 확인한 비명계의 향후 움직임 역시 당 안팎의 시선을 끄는 부분이다. 이 대표 체제에서 총선을 치르는 것이 불리하다는 판단이 이번 박 원내대표 선출로 이어진 만큼, 그를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이낙연 전 대표의 오는 6월 완전 귀국이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단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대표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장인상을 위해 잠시 귀국했을 당시에 설훈·윤영찬·오영환·이개호 등 의원들과 만찬을 하고, 친낙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 측 관계자들과 회동을 하면서 최근 당의 행보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에는 이 전 대표 스스로가 페이스북에 "혼돈이 대전환기에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한 대외전략을 탐구했다"며 "대한민국은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설익고 즉흥적인 외교는 아슬아슬한 불안을 야기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이란 신간을 소개했다. 이를 놓고 귀국에 앞서 본격 몸풀기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또 친낙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 다음달 1일 광주에서 극단적 진영 대결과 포퓰리즘 정치의 대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움을 개최하는 것도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풀이된다. 이번 토론은 윤석열정부의 불안한 외교노선과 더불어민주당의 일명 '돈봉투' 논란 등 부패 논란에 따른 국민 불신이 정치공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같은 이 전 대표의 활동재개 시그널과 박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당내 비명계의 결집 가능성이 합쳐지면서 일각에선 '이낙연 역할론'을 중심으로 비명계가 뭉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남평오 연대와공생 운영위원장은 "박광온 의원이 원내대표로 뽑혔다는 것 자체가 민주당 내에서 변화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힘이 아닐까 싶다"며 "이낙연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하지도 않았고, 귀국 후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갈 예정인 만큼, 미국에서 공부했던 내용을 국내에 적용해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비명계와 중립 의원들의 결집력이 확인된 만큼 향후 더 큰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면서도 "이낙연 전 대표가 구심점으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해 보이는 만큼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교수는 "총선에서 이재명 체제가 위험하다는 이유에서 몰표가 나왔다고 가정하면 이들의 목적은 총선 전까지 당과 관련한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될 것인 만큼 조용하게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당장 이낙연 전 대표를 위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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