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오는 7~8일 방한
외교가 6~7월 방한 예상
뛰어넘는 조기 방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7~8일 한국을 방문한다. 이르면 6~7월 한국을 찾을 거란 외교가 예상을 뛰어넘는 '조기 방한' 배경과 관련해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아프리카 4개국 및 싱가포르를 방문한 뒤, 일본 히로시마에서 오는 19~21일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준비할 것으로 전망됐다.
관련 일정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 29일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5월 초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제히 보도했다. 아프리카 가나를 순방 중이던 기시다 총리는 지난 1일(한국시각 2일 오전) "제반 사정이 허락할 경우, 7~8일 한국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발 정상회담 가능성에도 대통령실은 "공식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9월 대통령실의 정상회담 성사 발표에 일본 측이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년여 만에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한일은 지난 2일 오후에야 기시다 총리 방한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3월 방일 계기에 기시다 총리의 서울 방문을 초청한 바 있다"며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통해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본격 가동된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의 우리나라 방문은 지난 2018년 2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 이후 5년 만이다. 더욱이 이번 방한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서울 방문 이후 12년 만의 양자 방한이라는 점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의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G7 일정을 계기로 한미일 정상이 머리를 맞댈 예정인 만큼, 3국 공조 강화에 앞서 한일 정상이 협력 의지를 재확인할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과 관련해 외교가에선 확장억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한미의 워싱턴 선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일본 측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가 신설키로 한 '핵 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에 관여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관련 공조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한일 정상회담을 서둘러 추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NCG가 양자 협의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특히 한반도 안보 상황에 맞게 NCG를 운용할 계획인 만큼, 확장 가능성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YTN에 출연해 "한미 양자 간 시스템을 갖춰 안정시키고 각론을 만드는 것이 우선 해야 할 일"이라며 "그 얘기(한미일 협의체 신설은)는 굉장히 빠르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한일 양자관계 변수 고려했나
일본 국내 정치적 상황도
조기 방한에 영향 미쳤을 수도
일본 측이 한일 양자관계 변수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방한을 서둘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례로 올여름께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으로선 한국 내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기 전, 방한을 매듭지을 필요가 있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가 재집권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만큼, 관련 일정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에 방한을 택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금 시점에 선거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올해 중으로 중의원(하원)을 해산해 총선을 치르고 재집권을 모색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시다 총리 방한이 한미일 정상회담의 사전 정지작업 성격을 띤다면서도 일본 측이 한일 양자관계와 자국 정치적 여건을 고려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