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비중 높은 식품업계는 동결‧인하로 정책 동참
자영업 비중 높은 외식업계는 생존 고민
인력난 해소 위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제한 해제 시급
“정부 압박이 대기업에는 먹히겠지만 자영업자들이 주축인 외식업계에도 통할까요?”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 식품기업에 비해 상황이 열악한 외식업계에 정부의 압박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올 들어 식품, 외식업계를 만나 수차례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먹거리 물가 인상이 잇따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식품업계에서는 실제 성과도 있었다. 정부의 요청 이후 식품 대기업들은 가격 동결을 선언하거나 일부 상품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정책에 동참했다.
반면 외식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가격 인상을 미뤘던 가성비 커피부터 햄버거, 치킨, 피자 등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는 물론 한 끼 20만원에 육박하는 호텔 뷔페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동네마다 있는 자장면, 삼겹살, 백반 등 일반 식당에서의 음식값도 일제히 올랐다.
정부의 입김이 식품업계와 외식업계에 각각 다르게 작용하는 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달라서다.
원재료 상승과 소비침체 등 외부적인 악조건은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외식업계는 대기업 위주인 식품업계와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
특히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체력이 약해진 상황인 만큼 정부의 압박보다는 당장의 생존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높은 금리와 구인난으로 재정적인 부담은 늘고 정상적인 영업도 어려운 상황이다.
가게 문을 닫느냐 마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가운데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정부에 쓴소리만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가뜩이나 지난 3년여 간 코로나19 사태로 영업 제한을 당해 손실이 불어난 상황에서 가격 인상 자제 압박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에만 짐을 지운다는 불만이 크다.
당장의 성과를 위한 압박은 임시방편일 뿐 아니라 숱한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음식은 소비자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만큼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실현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숨통을 틔워주고 건강한 경쟁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다.
외식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난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제한 해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엔데믹 전환으로 야외활동이 늘었음에도 일할 사람이 없어 장사를 일찍 접는다는 고민이 많다. 주문부터 조리의 영역까지 로봇이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외식업종은 사람 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분야다.
당장의 생존이 보장돼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먹히지 않는 압박보다는 지원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