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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 생계 위협·AI 대본 반대"…할리우드 작가들 파업의 기시감


입력 2023.05.06 10:19 수정 2023.05.06 10:1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OTT 플랫폼 늘면서 콘텐츠 숫자 늘었지만 수입은 줄어, 노동환경 열악"

할리우드 미국 작가들이 15년 만에 파업을 선언하고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파업을 선언, 거리로 나섰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영화· TV 작가 노동조합인 WGA는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디즈니 등이 소속된 영화제작자 동맹(AMPTP)과 협상을 이어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합의 결렬에 따라 WGA 소속 작가들은 2일부터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있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일제히 거리로 나와 시위를 시작, OTT 경쟁으로 열악해진 작가들의 노동환경을 고발했다.


ⓒ픽사베이

WGA는 15000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작가 조합으로, 총 파업을 벌인 것은 2007년 저작권료 인상을 요구했던 파업 이후 처음이다.


이에 NBC 채널의 ‘더 투나잇 쇼’, ABC의 ‘지미 키멀 라이브’, CBS의 ‘더 레이트 쇼’ 등 심야 토크쇼 프로그램들을 비롯해 일부 프로그램들은 신규 방송을 하지 않고 재방송을 편성했다.


이들이 거리고 나선 배경은 OTT의 커진 영향력이 자리하고 있다. 방송 산업구조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위주로 중심 추가 옮겨지며 노동 환경이 불리해졌다는 주장이다. OTT 콘텐츠가 늘어났지만 에피소드는 압축됐다. 에피소드가 짧아지며 제작 시즌도 짧아져 노력을 평가 절하당하고 재정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TV 시리즈는 통상 22개~26개 에피소드로 제작된다. 하지만 OTT 시리즈물은 10회 미만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OTT가 작가들에게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는 것도 문제 삼았다 TV 시리즈의 경우 방송이 타 방송국, 해외, DVD로 재판매 될 때마다 재상영분배금과 로열티를 지급받고 있다.


WGA 통계에 따르면, 현재 TV 시리즈 작가의 절반(49%)의 임금은 최저 수준이다. 2013~2014년 최저임금을 받은 작가 비율은 전체의 3분의 1수준이었다. 인기 작가들의 수익도 감소했다. 메인 작가들의 평균 연봉도 10년 전보다 4% 하락했다.


변화한 제작 환경도 파업의 이유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는 제작 스튜디오들이 프로그램 제작이 필요한 작가 수를 줄여 일명 ‘미니룸’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신인 작가들이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었고, 작가들은 더 적은 보수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제작 스튜디오들이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작가 수를 줄이고, 보다 신속하게 대본을 만들 수 있는 소규모 그룹인 ‘미니룸’을 조직해 고용 기간을 8~10주 기간으로 제한해 운영한다고 전했다. ‘미니룸’의 관행으로 신인 작가들을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고, 짧은 기간으로 인해 더 적은 보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 속 AI까지 등장, 제작사들이 AI가 만든 초안으로 스크립트를 수정하는 업무를 작가들에게 요청하고 있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는 호소했다.


이와 관련 제작사들은 폭넓은 임금 인상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디즈니는 올여름까지 전 세계 직원의 3.6%를 감원하겠다고 밝혔고,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도 수천 명의 직원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할리우드의 일이지만 강 건너 불구경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도 OTT가 성장하고 방송사 채널의 힘이 약해지며 영향력이 방송사에서 OTT로 재편되어가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과거 월화, 수목으로 나뉘어 지상파 방송국 3곳 모두 미니시리즈를 편성했지만 현재 KBS는 월화, SBS는 월화, 금토, MBC는 금토 드라마만 내보내고 있다. 케이블이라고 사정이 낫지는 않다. 최근 tvN은 '스틸러 : 일곱 개의 조선통보' 이후 수목드라마 편성을 잠정 중단했다.


예능 역시 이름 있는 PD들이나 작가들이 OTT로 넘어가거나 방송국이 OTT와 손을 잡고 만들어내고 있다.


방송작가 A 씨는 "OTT 경우 처음부터 촬영 기간에만 일 할 작가를 뽑아서 업계에서 말이 있었다. 후반 작업이나 시사 기간에는 작가를 제외하겠다는 의도다. 한 OTT 예능은 촬영하며 메인부터 막내까지 3명의 작가만 남기고 다 정리했고, 마지막 촬영 2주 전에는 메인 작가만 남으라고 통보했다. OTT나 제작사에서 작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시례였다"라면서 "사실 예능 작가는 회당 페이를 받으니 고정으로 하는 게 유리하다. OTT 시즌제는 피곤하기만 하고 돈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TV는 이미 오랜 기간 방송되고 있는 예능이 대부분이라 새로운 자리가 나기 힘들고, OTT도 작가를 많이 데려가지 않기 때문에 특히 신인 작가들이 자리 잡는데 부침이 있다"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작가들의 뜻에 동감하면서도 국내에서는 불리한 처우에 반발해 작가들이 단체 행동을 할 수 있는 확률은 낮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B 씨는 “작가들이 대부분 프리랜서로 협회랑 엮어있어도 이걸 단체 행동으로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할리우드처럼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고 움직일 일이 없다. 이것이 작가의 처우나 인식 개선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다”라고 짚었다.


현재 한국 영화, 드라마, 예능 산업에서 작가들 역시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 배경을 낯설게 느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파업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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