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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집권당 '토붕와해' 위기도…대통령에 힘이 된 인물은 [尹, 새로운 국민의 나라 ⑤]


입력 2023.05.06 08:00 수정 2023.05.06 08:59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얼어붙은 정국 속 첫 예산 통과시켜

'이태원 사고', 국조 수용 빠른 수습

노마지지 발휘 대표적 사례 손꼽혀

지난 1년 '천군만마' 역할수행 평가

주호영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데일리안

좌파에서 보수로 정권교체를 이룬 이명박정부 시절 이른바 '광우뻥 사태'처럼 윤석열정부도 취임 1주년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위기와 부침을 겪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정부가 취임 1년 동안 맞닥뜨렸던 여러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힘이 돼준 인물로 5선 중진 주호영 의원을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


주호영 의원은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토붕와해(土崩瓦解)의 위기'라 불리던 시점에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준석 전 대표가 잡고 있던 당권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법원에 의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지도체제가 공중분해 위기에 빠지고,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추진'이 사회부총리 경질 사태로 번지며 당·정·대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법원 가처분이라는 문턱을 넘길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새로운 원내사령탑은 유사시 비대위원장권한대행까지 겸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했다. 이미 두 차례 원내대표를 지냈던 주 의원에게 "방법이 없다. 무조건 해야 한다"는 원로와 동료 중진의원들의 권유가 쏠렸던 이유다.


윤석열정부와 다수 야당의 관계가 얼음장처럼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의 취임 첫해 예산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주 의원의 첫째 가는 공로로 꼽힌다. 또, 이태원 사고를 원활히 수습하고, 당정협의를 빠르게 체계화한 점도 공적으로 거론된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준예산(準豫算)이 공공연히 거론될 정도로 파국은 눈에 보이는 상황이었다. 여당 강경파와 야당 강경파가 서로 '준예산으로 가게 되면 네가 손해'라는 정치적 주판만 굴리며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충돌을 향해 가고 있었다. 준예산은 헌정 수립 이래 전례가 없어 자칫 국가가 '올스톱' 될 수 있는 위기였다.


준예산 사태가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미칠 악영향을 염려하며 용산과 야당, 양쪽을 설득하는 것은 오롯이 주호영 의원의 몫이었다. 주 의원은 당시 의원실에서 108배를 하며 '참을 인(忍)' 자를 새겼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변에서 보니 원내 협상 경험이 많은 주호영 대표도 정말 힘들어보이더라"며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든 (예산안을) 통과시키느라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경기가 침체돼 있고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어렵다보니, 이렇게 통과된 예산의 조기집행이 연초부터 많이 이뤄지고 있다. 준예산 사태가 현실화돼서 정부재정이 조기집행은 커녕 아예 집행이 되지 못했더라면, 경제가 정말로 어려워졌을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태원 사고'를 야당의 요구를 받아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수습하는 방향으로 갈피를 잡은 것도 초반에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왜 야당의 요구를 받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민주당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을 위원장으로 해서 꾸려진 국정조사특위에서 야당의 공세는 거셌지만 '나온 것'은 없었다. 오히려 국조를 거치며 야당의 정치적 공세 동력은 소진됐다. 사회적 참사가 수 년간 정쟁의 대상이 되는 나쁜 선례를 끊어냈다는 평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 때 (국조를) 받지 않고 이리저리 피했다면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며 야당은 계속해서 정쟁화를 했을 것"이라며 "자칫 2024년 총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데, 주 대표가 빠르게 받아서 빠르게 정리를 했다"고 호평했다.


노마지지(老馬之智)는 주호영 의원이 즐겨쓰는 표현인데, 이태원 사고 국조 수용은 대표적으로 '노마지지'가 발휘된 사례로 꼽힌다.


주 의원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정책위의장이었다. 야당과 협상을 하며, 무슨 숨길 게 있는 것도 아닌데 빠르게 수습의 방향으로 갈피를 잡지 않았더니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례를 직접 목도한 적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조 수용) 당시만 해도 정부에 부담 주는 게 아니냐고들 했지만, 몇 달 지나고나니 아무도 (이태원 사고) 그것을 '리스크'라고 하지 않지 않느냐"며 "판단과 결단이 굉장히 잘됐던 것"이라고 바라봤다.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추진' 정책발표와 철회 과정에서 원내대표가 된 주호영 의원은 당을 빠르게 집권여당 체제로 정비했다. 원내대표로서 고위 당정협의를 격주마다 진행하고, 부처별 당정협의도 매주 수 차례씩 진행하면서 정착시켰다. 이후 설익은 정책이 당정협의 없이 발표되는 실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됐다.


지난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최종 4자로 압축되는 등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최재형 의원이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지지 선언을 하자 주호영 의원은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서서 윤석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소통관에서 기자들에게 "아주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는 심경을 토로한 윤 대통령은 직후 "주 선배 방에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자"며 의원회관 주호영 의원실로 이동했다. 차담을 나눌 생각을 떠올릴 정도로 심적 안정을 찾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요즘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을 자랑하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이 많다. 누가 더 가깝고 누가 멀어졌는지가 취임 1주년을 전후해 여의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주요 주제"라면서도 "사실 진짜 중요한 것은 지난 1년 동안 누가 실질적으로 대통령에게 힘이 됐느냐는 점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대표는 원내대표였을 때 대통령의 UAE 순방에 동행한데 이어, 최근에는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는데도 미국 국빈 방문에 다시 동행했다"며 "국회의원이 불과 수 개월 간격으로 '1호기'에 두 차례나 타며 대통령과 동행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고 귀띔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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