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e음 운영 개선 요구→수용 불가
고향사랑기부제의 유일한 온라인 창구 고향사랑e음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해 유명무실하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가 각출한 예산으로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위탁해 구축·운영 중인 고향사랑e음은 70억 원의 구축 비용이 사용됐지만, 복잡한 기부 절차와 잦은 오류, 공급자 중심의 운영으로 개선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행안부는 계속되는 잡음으로 고향사랑e음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년이 되어가는 시점 여전히 불만들이 반복되고 있어 소극적인 대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고향사랑기부제의 한계로 이어진다.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행정안전부 자료를 근거로 137개 시군이 고향기부제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소수의 지자체만이 수억 원의 모금액을 확보했으며 대다수 지자체의 모금액은 수백, 수천만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향사랑e음은 현재 지방자치단체 이름과 답례품만 보고 기부할 수 있어서 지명도 있고 유명한 특산물이 있는 지자체로 기부 편중된 것으로 보인다. 민간플랫폼에 개방하는 것이 더 수월하며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자체별 특색 있는 콘텐츠와 지정 기부 사업을 홍보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것도 개선점으로 꼽힌다. 현재 현행법은 지자체가 신문·방송 등 일부 광고매체를 이용한 홍보만 가능하다. 전화·서신·문자메시지는 물론 향우회 등을 통한 기부 권유도 불가하다.
여기저기서 고향사랑기부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인구 감소로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의 지방소멸위기 대책 일환으로 도입됐으나 참여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해, 개인의 참여만을 독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하에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인구감소지역으로 고시된 지방자치단체의 고향사랑 기부금 모집 대상에 ‘법인’을 포함하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했다. 김 의원은 "고향사랑기부제의 핵심은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방지와 지역 불균형 해소"라면서 "인구감소지역 차별화 정책으로 제도 취지를 되살리겠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행안부에 고향사랑e음 운영 개선을 요구했다. 경기침체로 고향사랑기부금의 일시금 납부는 부담이기 때문에 기부자가 소액으로 정기기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고향사랑기부금 기탁서에 개인정보 수집 이용 및 제공 동의 추가 등 서식 개정 요구와, 고향사랑e음 시스템에 정기기부 항목추가와 지자체 홍보 방안 검토, 지자체 소식을 알릴 수 있도록 고향사랑e음에 배너 삽입·수정, 모바일 웹 방식이 아닌 모바일 앱을 개발해 접근성을 강화가 요구 내용의 골자였다.
이에 행안부는 대부분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해당 사항은 현장에서 고향사랑기부제를 운영하면서 문제되는 사항 또는 모금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이다. 어려운 내용도 아닌데 이런 일을 거부하면 고향사랑기부제를 제대로 시행하겠다는 의지가 없고 행정편의적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장 관계자는 "행안부는 지자체가 요구하는 사항을 지금 당장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 작업에 돈이 한 두 푼이 들어간 게 아니다. 뭐 하나 바꾸기 힘들고 즉각 대응도 힘들다. 일본의 고향세는 민간플랫폼을 선택해, 모금을 확대하기 위해 계속해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현재 고향사랑e음은 경쟁상대가 없으니, 대응을 즉각 할 필요가 없는 거다"라고 밝혔다.
이어 "70억 넘게 투입됐는데 행안부 입장에서는 실패를 인정할 수 없으니 자꾸 불필요한 살만 붙이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로 6개월을 버텼다.비효율적인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며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요소는 인사발령이다. 행안부에 새로운 사람들이 온다면 이전에 이어가는 방법보다는 새로운 성과를 내기 위해 여러가지를 고민할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성과 평가가 나오지 않았으니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는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을 수 있고, 지방정부는 기부금을 모집해 지역재정을 늘릴 수 있어, 지역 문화 사업 확대와 지역주민 복지 증진에 효과는 물론, 개인의 기부가 국가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됐지만 난항 속의 표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