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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美 반도체 때리기 '현실화'…삼성·SK 영향권들까


입력 2023.05.22 12:14 수정 2023.05.22 12:14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中 CAC "美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지" 결론…추가 제재 나설지 주목

삼성·SK 지배력 감안하면 韓 반도체 타격↓…대체 품목 지목할 가능성도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미국이 속한 '주요 7개국'(G7)이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자, 중국도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제재를 가하며 맞불을 놨다. 강화되는 대중국 견제에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제재 대상을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의 글로벌 패권 다툼에 한국 반도체까지 여파가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의 삼성·SK 의존도를 감안하면 한국 기업을 겨냥할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산으로 대체 가능한 다른 품목에서 우리 기업을 당혹스럽게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22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제품에 대한 사이버 안보 심사 결과, 심각한 보안 문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마이크론 제품에는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해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해 국가안보에 영향을 준다"며 "법률에 따라 중요한 정보 시설 운영자는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3월부터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인터넷 안보 심사를 진행해왔다. 중국이 외국 반도체 회사에 대해 사이버 안보 심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가 안보 차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이번 조사 결과 발표를 G7 폐막에 맞춰 단행한 것은 미국 및 우호국들의 발언에 대한 중국 입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G7 정상들은 20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에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시도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대만과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중국은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라고 맞받아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G7 행보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미 마이크론 제재로 이어지면서, 규제 대상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론의 중국 내 생산 비중은 11%여서 큰 타격은 없지만, 중국이 규제 칼날을 빼든 만큼 다른 다국적 기업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단 명령은 중국 내에서 생산 중인 마이크론 외에 미국, 대만, 싱가포르 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에는 퀄컴(64%), 브로드컴(35%), 인텔(27%), AMD(22%), 엔비디아(21%) 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중국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만큼 사정권 안에 있다.


중국이 추가 제재를 가하더라도 미 빅테크와 한국 기업을 특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은 인텔, AMD 등으로부터 CPU(중앙처리장치) 등 주요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 내 메모리 비중이 상당한 삼성과 SK에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부작용이 상당해 자기 발등을 찍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양팽 한국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한국 반도체 기업마저 제재하게 되면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를 받아 쓸 곳이 없다"며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중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서 D램과 낸드를 40%, 20%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내 지배력이 큰 삼성·SK를 잡는다는 것은 중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딴지를 걸 가능성이 낮다.


다만, 반도체 보다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품목에서 보복 조치를 고려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후보군으로는 중국산으로 대체 가능한 가전, 스마트폰 등이 거론된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샤오미, 오포(OPPO), 비보(VIVO) 등 중국 브랜드가 탄탄한 현지 수요에 힘입어 삼성과 애플을 바짝 추격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샤오미 13%, 오포9%, 비보 9%로, 삼성(22%)과 애플(19%)의 뒤를 잇고 있다.


김양팽 전문연구위원은 "제재 대상을 늘린다면 자국산 대체가 불가능한 반도체 보다는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제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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