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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하는 마약 범죄…커진 통합관리 기구 필요성


입력 2023.06.06 07:00 수정 2023.06.06 07:00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올해 1∼4월 마약 밀수 적발 역대 최대

통합기구 설립, 보다 효과적 대응 가능

관세청에서 적발한 마약류. ⓒ뉴시스

우리나라 마약 관련 범죄가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범정부 차원 통합관리 기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조직적인 접근을 통해 예방, 단속, 처벌, 치료 등 다양한 측면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적발한 마약 밀수 범죄는 총 205건, 중량 213㎏ 규모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적발한 마약밀수 중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161㎏에서 32% 늘어났다. 건당 적발 중량이 증가(62%)하면서 마약 밀수 대형화 추세가 지속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난 2월 발표한 마약 밀수 단속 종합대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폭증하는 마약 밀수와 사범 등으로 청정국 지위를 가졌던 우리나라가 오염국으로 전락했다는 우려는 여전히 크다.


여기에는 범정부 차원 통합관리 기구가 부재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범부처 성격을 띄고 있는 국무총리 산하 마약류대책협의회를 구성한 상태다. 다만 마약류대책협의회 종합대책 수립이 미시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점, 관련 부처 간 협의·조정 기능만 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통합적인 관리 기구로는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마약 통합기구는 효율적인 정보 공유와 협력, 정책 개발과 실행 일관성 등 장점이 존재한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범정부차원 마약 통합기구 또는 유사한 조직을 구성해 마약 문제에 대응 중이다.


먼저 미국에서는 국가 마약 통제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국가마약통제정국(ONDCP)’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ONDCP는 다양한 연방 기관 간 협력을 조정하고 국가적인 마약 통제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약물사용·중독센터(CCSA)가 약과 의존성 문제에 대한 조정 및 연구 기능을 수행한다. CCSA는 정책 개발, 예방, 치료, 연구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국가적인 마약과 의존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영국 국가범죄청(NCA) 역시 국내외 마약 범죄 조직에 대응한다. 경찰과 국제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국가적인 마약 통제와 범죄 수사를 진행한다.


이러한 해외 마약 통합기구는 사례는 범정부 차원에서 마약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와 대응을 위해 조직화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처벌 대비 마약 치료·재활 대책은 한계


우리나라는 마약 범죄와 관련 처벌기준 강화 등 형사법적 조치를 중심으로 마약류 퇴치에 나서고 있다. 다만 마약치료·재활에 대한 대책은 기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마약은 중독성이 강한 약리적 특성으로 관련 범죄 재범률이 높은 편이다. 2020년 기준 마약류 범죄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된 자가 출소 후 3년 이내에 다시 수용될 비율은 45.8%에 달했다. 절도(50.0%)·폭력(31.3%)·강도(22.8%) 등 각종 강력범죄와 비교할 때 절도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사범의 처벌적 접근 효과가 크지 않아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마약류 사범을 환자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치료적 교정 모델로 보고 있다. 영국도 본인 뜻에 따라 처벌보다 치료를 먼저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지난 2018년 6월 마약류사범에 대한 치료명령제도가 도입 했지만 실제 법원이 마약사범들에게 의무 재활교육을 포함한 치료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마약사범 중 치료명령을 함께 부과받은 수는 23건에 불과했다. 2021년 국내 검거 마약사범이 약 1만 6153명임을 고려하면 약 0.14%만 치료를 받는 셈이다.


입법처는 치료적 접근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약물법원 형태 사법기관 등을 통해 인신구속적 통제수준을 달리하고 ‘선치료, 후사법처분’이 가능한 절차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국내 마약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에 접어드는 만큼 예산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경찰청 등과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재부는 마약 예방과 대응능력 강화 등 내용을 담은 2024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해 지난 3월 각 부처에 전달한 바 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2일 제5회 마약류대책협의회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마약 오염국으로 전락할지, 마약 청정국으로 복귀할지 중대 기로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는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강력한 마약류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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