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구속기소 이후로도…164일간 구청장 직무 급여 챙겨
용산구청 "죄 확정되지 않아 구청장 신분 박탈 아냐…업무만 부구청장에게 넘긴 상태"
2014년 지선 새누리당 공천, 시의원 당선 정계 입문…2022년 지선서 용산구청장 당선
참사 당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 다했다" 책임론 일축해 빈축…당일 집안일로 의령 내려가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현재 잠행 중인 가운데, 구치소에 수감된 164일 동안 구청장 직무 급여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첫 3개월(2023년 1월~3월) 동안 기본급 약 1091만 원을, 그 이후 복귀 전까지는 기본급 20%인 약 363만원을 수령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이후로도 최소 1454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은 셈이다. 직무배제 상태지만 월급을 수령한 것이다.
박 구청장의 연 기본급은 올해 1억918만5000원, 지난해 기준 1억744만원으로 알려졌다. 박 구청장의 급여는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에 의해 지급됐다. 해당 규정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는 등 직위해제된 사람에게는 연봉월액의 40%를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3개월이 지나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한 경우 그 이후의 기간 중에는 20%를 지급한다.
또한 직무대리 체제 기간에는 삭감 없이 기본급 전액을 받을 수 있으며 직급보조비 65만 원, 정액급식비 14만 원, 가족수당 4만 원도 동일하게 지급된다. 박 구청장은 권행대행 체제 기간에도 가족수당 일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청장 신분이 박탈된 것은 아니다"며 "직무대리 체제나 권한대행 체제가 되더라도 구청장의 직위는 그대로이고, 업무만 부구청장에게 넘긴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1961년생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경남 의령군 출신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 이화여자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 정치학 석사 공공정책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체류하며 캔자스시티 한국학교 교사 등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95년 한국으로 돌아왔고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고 용산구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의원에 도전했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에는 오세훈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용산)의 정책특보로 활동했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용산구청장 출마를 선언하여 2022년 5월 1일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됐고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하지만 당선 4개월여 만인 같은 해 10월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여야 모두에게서 비판을 받으며 책임론이 일었다.
특히, 박 구청장은 당시 이태원 합동분향소에 분향한 후 피해자와 유족에 조의를 표하면서도 사고 책임론에 대해선 부정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고,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책임론을 일축해 빈축을 샀다. 또한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대해 "이건 축제가 아니다. 축제이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어야 하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할로윈 데이에 모인 일종의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고향인 의령군에 방문했는데, 그 사유로 '자매 도시 초청 방문으로 갔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의령군청은 10월 28일 행사에 초대했고, 용산구청 측은 불참을 밝히고 참석 대신 영상 축사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당일에 의령으로 내려간 진짜 이유는 집안일인 '시제'에 참가하기 위해서였고, 표면상으로 내세운 공무, 의령군수와의 만남은 10분 남짓한 티타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비판은 더욱 가중됐다.
결국 그는 이태원 압사 사고와 관련해 같은해 11월 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2023년 1월 3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1월 20일 구속기소됐다. 기존 혐의에 더해 용산구청의 부적절한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 혐의도 추가됐다.
박 구청장은 말 바꾸기 등 논란으로 국민의힘 정당 내부에서 징계 절차에 들어가자 지난 2월 국민의힘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자진 탈당했다.
그렇게 박 구청장은 지난 7일 구속 5개월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8일 오전 유가족들을 피해 출근했고, 9일과 12일에는 연차와 병가를 내며 출근하지 않았다. 이후 13일 오후 출근해 업무에 복귀하면서 "유가족과 시기와 방법을 협의해 만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유족 등의 집회를 통제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는 14일 오전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유가족, 시민단체, 유튜버 등에 대한 출입 통제에 나서지 않았지만, 14일부터 원활한 공무수행을 위해 부득이하게 출입을 통제했다"며 "용산경찰서에 '청사 시설물 보호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과 입장을 표명한지 하루 만에 구청장실이 있는 청사 9층의 출입을 봉쇄한 것이다.
이에 박 용산구청장을 거세게 비판하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6일 서면브리핑을 내고 "박 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농락했다"며 "박 구청장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죄책감을 느낀다면 유가족을 만나 진심으로 사죄하라. 사죄를 못하면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 구청장 사퇴 요구는 같은 날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있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159명 희생된 대규모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못할망정 유족들을 우롱하고 있는 박 구청장은 공직자로서의 자격은커녕 사람으로서의 최소한 도리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증명됐다"며 "그런 자가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용산구민의 수치이고, 국민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즉시 사퇴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