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브루노 마스(Bruno Mars) 내한 콘서트가 마무리된 이후 SNS에는 불만 섞인 후기들이 다수 올라오면서 파장이 일었다. 비싼 티켓값을 내고 간 만큼 관객들은 더 높은 만족을 원하는데 주최 측은 관객 만족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다.
9년 만에 이뤄진 내한이었던 만큼 이번 브루노 마스의 콘서트의 티켓 예매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지난 4월 27일과 28일 이틀간 예매가 진행됐는데 첫째 날인 27일에는 45분, 둘째 날인 28일은 25분 만에 티켓이 동났다. 이틀 최고 동시접속자는 116만명에 달했다.
이후 인터넷에는 티켓팅에 실패했다는 후기 글이 이어졌고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웃돈을 얹은 티켓들이 재판매되고 있었다. 심지어는 브루노 마스 8연석을 1억8000만원에 양도한다는 글까지 나오며 논란이 됐기도 했다.
어느 공연이든 모든 관객을 100% 만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유독 이번 브루노 마스 콘서트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많은 관객들이 동조한 이유는 높은 티켓 가격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국내 콘서트의 경우 인건비, 물가 상승으로 티켓값 20만원 시대가 됐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2018년 당시 인기를 구가하던 그룹들의 콘서트 가격은 장당 9만원에서 11만원 사이로 책정됐다. 이번 브루노 마스의 콘서트의 장당 최고가 역시 20만원을 훌쩍 넘겼다.
브루노 마스 콘서트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된 부분은 무대와 전광판이 전혀 보이지 않는 좌석을 판매하면서 불거진 이슈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씨는 A구역 티켓을 기존 7만7000원에서 20% 할인을 받아 6만1600원에 구매했다. 시야제한석으로 분류된 곳도 아닌 정상 좌석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공연을 찾았지만, 그에 따른 관람의 질은 보장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결국 현대카드는 해당 좌석에 대한 티켓 가격 환불을 결정했다.
대중음악 콘서트 뿐만 아니라 최근 공연계는 전체적으로 티켓값 인상 이슈를 동반했다. 뮤지컬의 경우에도 지난 10년 가까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만원이 무너졌다. 작년 11월 개막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VIP석을 16만원으로 책정하면서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이후 같은 해 12월 ‘물랑루즈!’가 18만원, 올해 1월 ‘베토벤’은 17만원, 3월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은 19만원의 티켓 가격을 책정했다. 연극 역시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최고가 9만원을 깨고 VIP석을 11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티켓값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공연을 찾는 관객들은 그만큼의 품질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오페라의 유령’이 지난달 28일, 당일 공연을 취소하면서 대규모 환불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비싼 티켓값에 준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며 환불은 물론 선예매 권한, 기존 좌석 보증, 할인권 혜택 등 추가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객들이 무작정 비싼 티켓가격에 항의하는 건 아니다. 블루스퀘어 무대에 올려졌던 뮤지컬 ‘물랑루즈!’는 개막 당시 업계 최고가인 18만원의 티켓 가격을 책정하면서 관객들의 불만을 샀지만, 개막 이후 분위기를 반전시킨 대표적인 작품이다. 무려 400억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입해 화려한 무대와 음악, 걸출한 배우들을 섭외하면서 관객들의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제작비에 대한 방어로 티켓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을 관객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심리적 부담을 안고서라도 관객들은 그 공연을 보길 원하고, 그만큼의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티켓을 파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기 보다는 공연의 품질, 관객들의 관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