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행한 외국인투수 요키시, 부상으로 인해 팀과 결별
구단, 그동안의 요키시 공헌 인정해 특별한 작별 이벤트
요키시 가족들과 눈물 훔치며 "다시 돌아오고 싶다" 말해
"5년 동안 정말 잊지 못할 행복한 한국 생활을 보냈다.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맙다.“
에릭 요키시(34)가 작별의 자리에서 울컥했다.
키움은 24일 고척스카이돔 ‘2023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요키시와의 작별 행사를 열었다. 부상으로 인해 팀을 떠나야 하는 요키시를 위해 출국일(26일)에 앞서 마련한 특별 이벤트다.
사전 신청한 팬 100명을 대상으로 요키시의 팬 사인회를 진행했다. 또 경기에 앞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요키시의 활약상과 쌓아왔던 영상으로 흘렀다. '요키시는 우리에게 용병이 아닌 가족이었다'는 메시지가 흐르자 그라운드에서 영상을 시청하던 요키시 아내는 눈물을 훔쳤다. 고형욱 단장과 홍원기 감독, 이정후(주장) 등은 선수단 사인이 담긴 유니폼 액자와 꽃다발을 선물했다.
이날 경기에서 키움은 두산을 누르고 5위로 올라섰다. 끝까지 지켜봤던 요키시는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아내, 두 자녀와 함께 1루 응원석을 찾아 팬들 앞에서 인사를 나눴다. 팬들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요키시와 그의 가족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고, 미래를 응원했다.
올 시즌(12경기 5승3패 평균자책점 4.39)은 부상 여파로 썩 좋지 않았지만, 요키시는 지난 5년 동안 키움 에이스 역할을 했다. 2019년 키움 유니폼을 입은 요키시는 130경기 56승36패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2020시즌에는 평균자책점(2.14) 타이틀, 2021시즌에는 다승(16승) 1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활약으로 키움 선발 마운드를 지켰다.
그러나 지난 6일 홈 LG 트윈스전 선발 등판 후 왼쪽 내전근 부상으로 이탈했다. 복귀까지는 최소 6주 소요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전반기 아웃은 물론이고 후반기 복귀 시점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중위권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키움에 외국인투수의 장기 이탈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키움 구단은 요키시에게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요키시도 구단의 뜻을 받아들였다(16일 웨이버 공시). 이후 키움은 새 외국인 투수 ‘좌완’ 이완 맥키니(28)를 영입했다.
키움이 과거 밴 헤켄 못지않은 투수로 기억될 요키시는 이벤트 자리를 마친 뒤 “이렇게 헤어지는 것은 바란 것은 아니지만, 동료들과 팬들의 응원으로 기분 좋다”며 “지난 5년 동안 정말 행복한 한국 생활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KBO리그에서 뛰는 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팀을 떠날 때)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팬들이 다시 돌아와 달라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일단 부상 회복을 해야 돌아올 수 있다. 당장 돌아올 수는 없지만 미래는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마지막 순간까지 재회를 꿈꾸게 한 요키시는 키움의 용병이 아닌 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