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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지만…"양육비 달라" 아이 아빠 얼굴 사진 들고 시위 미혼모, 벌금 300만원


입력 2023.06.28 10:41 수정 2023.06.28 10:43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피고인, 전 남편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기소…자녀 양육비 못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재판부 "피해자, 공적 인물 아냐…양육비 미지급도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지 않아"

"피해자 아내 관련해 작성한 댓글도…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경멸적 표현에 해당"

양육비 지급 거부.ⓒ연합뉴스

양육비를 제때 주지 않는다며 옛 연인의 얼굴 사진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미혼모가 명예훼손 유죄 판결을 받았다.


28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8단독 김지영 판사는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A 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 씨는 2021년 1∼2월 인천시 강화군 길거리에서 전 연인 B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B 씨의 얼굴 사진과 함께 '양육비 지급하라. 미지급 양육비 1820만원'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3차례 1인 시위를 했다. A 씨는 인터넷 사이트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고 '인간들이 한심하다. 죗값을 좀 치러야 한다'며 B 씨의 아내를 함께 모욕한 댓글을 단 혐의도 받았다.


A 씨는 B 씨와 3년 넘게 사귀면서 딸을 낳았으나 한동안 양육비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판에서 "양육비를 받기 위한 행위여서 명예훼손의 고의나 비방 목적이 없었다"며 "B씨 아내와 관련한 댓글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가 손팻말에 쓴 문구는 B 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내용이어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B씨 집 인근에서 그의 얼굴 사진까지 공개했다"며 "B 씨는 공적 인물도 아니고 그의 양육비 미지급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고 설명했다. 이어 "명예훼손의 고의성과 비방 목적이 있었다"며 "B씨 아내와 관련한 댓글도 맥락 등을 보면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A 씨처럼 자녀를 도맡아 키우면서도 양육비를 혼자 감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2018년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가 개설됐다. 이 사이트 운영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고, 2020년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항소심에서는 벌금 100만원의 선고 유예 처분을 받았다.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 사진을 제외한 이름·생년월일·직업·근무지 등 6가지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자들은 "얼굴 사진을 공개하면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양육비 청구자들은 "이름만 공개하면 동명이인으로 오해할 수 있고, 심리적 부담감을 줘서 양육비를 받아내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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