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간담회 개최…'선거제 개편' 강조
"여야, 극단 지지층 기대하는 정치에 집중"
"8월 말까지 '선거법 개정 및 획정' 마무리"
"정치 선진국 가는 마무리는 개헌이어야"
김진표 국회의장이 올해 안으로 선거제도 개편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여야가 겪고 있는 정치적인 갈등의 원인이 승자 독식 위주의 선거제에 있다고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1대 국회에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김 의장은 이달 15일까지 선거제도 협상을 마치고 늦어도 다음 달 말까지 선거법 개정과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4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표라도 이기면 모든 걸 다 차지하는 승자독식 제도에서 각 정당이 이런 것을 얻기 위한 노력을 안 할 수 없다보니,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보다는 일단 자기 극단적인 지지층 결집을 기대하는 정치를 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대화와 타협을 외면하게 되고, 이런 결과가 빚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립, 갈등의 정치를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바꾸기 위해 많이 노력해왔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역대 최대 의석수 차이가 나는 여소야대 정국이고, 반면 현 정부는 역대 최소 득표수 차이로 정권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가 1년 밖에 남지 않았다보니 이런 대립이 빚어지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협상이 끝나면 7월17일, 협상 결과를 정치개혁특별위원회로 이관하고 본회의에서 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며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 획정 작업을 거쳐 늦어도 8월 말까지 선거법 개정과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지난 1년, 우리 국회는 19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열어 의원 백 명이 열띤 토론도 벌였다.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민 공론조사도 했다. 언론인 650명 웹 조사도 했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승자독식과 극한 대립의 정치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폭넓은 공감도 이뤄냈다.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이제, 협상을 마무리할 시간"이라고 설명하면서 선거제 개편이 눈앞에 도래했음을 피력했다.
김 의장은 "법으로 정한 선거구 획정 시한이 이미 세 달 가까이 지났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선거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위법 상황을 하루속히 끝내야 한다"며 "약속대로 오늘부터 본격적인 선거법 협상에 착수하자.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여야 지도부가 책임 있게 각 당의 협상안을 마련하고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 약속대로 오는 15일까지 충분히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김 의장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환경에서의 민생 문제, 국제 경제와 외교 문제 등에 맞서 여야가 초월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미·중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저출생 및 연금 문제·기후 문제·지방소멸 문제 등 산적한 국가과제, 국제질서 재편 등을 언급하며 "세계사의 대전환기다. 앞으로 몇 년이 대한민국의 국운을 좌우하는 '결정적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익을 지키는 균형 있는 의회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김 의장은 "미국과 중국은 패권 경쟁 와중에도 경제인과 외교관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도 북한과 협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맹 중심의 외교에 우선 집중하고 있는 정부 외교의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의회 외교가 맡겠다"며 "특히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인 중국을 방문해서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또 김 의장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 제도화 △국회의 입법역량 강화 통한 갈등 축소 및 정부 공백 보완 △한미의원연맹 창설, 국익 지향 등 의회외교 강화 △국민청원제도 활성화, 유튜브 등 뉴미디어 활용한 국민소통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김 의장은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협상을 오는 15일까지 끝내야한다고 시한을 못 박았지만 여야 간 견해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전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각 당이 숙의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결정을 한 이후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솔직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어 협상이 촉진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정치만 빼놓고 선진국 문턱까지 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치마저 선진국 가는 길은 시작은 선거법 개정이지만, 마무리는 개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역시 선거제 개편을 위한 여야 협상에 주안점을 뒀다. 김 의장은 "파부침주라는 말이 있다. 큰일을 할 때는 솥단지를 부수고 배를 강물에 가라앉히는 마음으로, 돌아갈 길을 모두 끊고 결연히 앞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말"이라며 "선거제도 개편은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다. 지난 시간, 우리는 먼 길을 왔다. 이제 마지막 한 고비가 남았다. 지금 국민은 여야 지도부가 정치개혁의 약속을 지키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여야가 정개특위를 구성해 선거제 개편 결의안을 채택했고,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도 열었다. 방송 생중계로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민 공론조사도 실시했다"며 "모두 가보지 않았던 길이고, 헌정사상 유례없던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없던 도전이기도 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갈 길은 없다. 여야 지도부의 용단을 기대한다"고 전했다.